잘 가르치지 말고 잘 듣는 시간
글쓰기 첫 수업이 끝나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조심스럽게 꺼낸다는 것을.
내가 준비한 활동은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는 글쓰기’였다. 사물을 적거나, 창밖을 관찰하거나, 옆 사람을 관찰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도 그 활동은 꽤 잘 흘러갔다. 수강생들의 얼굴에서 긴장이 조금씩 풀렸고, 작은 웃음이 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다음, 교실의 공기가 살짝 달라졌다.
“이제 자기 이야기를 써볼까요?”
말하는 순간 나를 쳐다보던 한두 명의 눈빛. 그 눈빛을 보며 깨달았다. 이분들에게는 글을 잘 쓰는 방법보다,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을.
그 이후부터 나는 수업을 조금씩 다르게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건 이렇게 적어야 합니다.”라는 단정적인 말 대신, “이건 어떠셨어요?”, “이렇게도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피드백의 어조도 바뀌었다. 정확함보다 따뜻함, 분석보다 발견에 가까운 언어로.
2시간 수업은 보통 이렇게 구성했다. 전반부 1시간은 개념과 활동으로 채웠다. 예를 들어, 전환점 글쓰기를 할 땐 “내 삶의 흐름이 바뀌었던 순간”을 떠올려 쓰게 했고, 감각 글쓰기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을 3 문장만 써보기”처럼 짧고 명확한 진입을 열어줬다. 후반부 1시간은 낭독과 피드백, 합평으로 진행했다. 수강생들이 자신의 글을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은 그 자체로도 새로운 감각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짧게, 가볍게 피드백을 주었다. “이 장면 참 생생했어요.” “이 문장이 클라이맥스니 지금보다 더 자세히, 문장을 늘리는 것도 좋을 선택지가 될 수 있어요.”
수업이 한 회, 두 회 이어지며 나도 조금씩 배워갔다. 수강생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오기도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자신을 믿고 싶어서’ 오기도 한다는 것을. 강사는 글쓰기 기술뿐 아니라 수강생의 이야기와 용기를 함께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내가 수업에서 신경 썼던 몇 가지가 있다. 첫 활동은 반드시 부담 없는 관찰로 시작했다. 오감 글쓰기, 사물 묘사, 장면 떠올리기처럼 ‘자기 이야기’와는 살짝 거리를 둔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글을 읽는 분위기는 ‘경청 + 반짝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좋은 표현이네요.”보다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같은 구체적인 반응이 수강생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수업은 나의 무대를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를 지지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강사의 말은 빛나는 조언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다정함이어야 했다.
지금도 나는 수업을 준비할 때면 내가 제일 먼저 설레고 긴장한다. 어떤 이야기를 만날지, 어떤 마음이 흘러올지. 그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었을 때, 그 눈빛과 태도 속에서 나는 글쓰기 수업에서 느끼는 첫 번째 행복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글쓰기 수업, 진행 방식 정리 노트”
1. 수업은 시작의 문턱을 낮추는 것부터.
바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사물 묘사나 감각 글쓰기처럼 ‘부담 없는 진입’부터 시작하세요.
그 작은 시작이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어요.
2. 피드백은 분석보다 발견처럼.
“좋은 문장입니다”보다는
“이 문장이 이런 장면을 떠올리게 했어요”처럼
구체적이고 따뜻한 반응이 글쓰기를 지속하게 만들어요.
3. 글을 쓰는 데는 ‘심리적 여백’이 필요해요.
글은 머리보다 마음에서 시작되니까요.
수업 분위기가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괜찮다’가 되도록 만들어주세요.
그게 가장 큰 출발점이에요.
4. 강사는 정답을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수강생이 스스로 말을 꺼낼 수 있게 ‘안심을 주는 사람’이에요.
어떤 표현도 괜찮다고 느낄 때, 글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