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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의,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하죠?

첫 수업을 앞두고 해야할 일

by 김필영



우연히 강의를 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강의를 할 수 있어요”라고 먼저 말해버렸다. 그런데 정작 강의를 해본 적은 없었다. 난감했고, 난처했다.

담당자는 말했다.

“어렵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 글을 써본 적 없는 분들이라, 그냥 재밌게 시간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팔십이 넘은 어르신 한 분만이 글을 좀 많이 써보신 분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대상의 나이대를 여쭈었다.

“중장년층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60대 분들이 많아요.

정년퇴직한 남편과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제2의 직업을 고민하는 분들. 그분들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싶어 하실 것 같았다. 그 방향으로 수업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글쓰기 책을 여러 권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건 자신 있었다. 여러 권을 훑으며 반복되는 패턴과 목차 순서를 집중해서 봤다. 흐름을 분석하다 보니 보통 앞부분에는 ‘소재 찾기’가 들어간다. 그게 당연하지만, 그때는 그 당연한 것도 새로웠다. 그래서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순서’를 먼저 정리했다. 그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상대방도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였다.

당시 나는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수업에 오는 사람들이 글쓰기 수업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책을 많이 만든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화장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나.

“제가 처음으로 수업을 하게 됐는데요. 이런저런 내용을 첫 시간에 하려고 해요. 혹시 더 좋을 만한 내용이 있을까요?”

편집자님은 말했다.

“글쓰기는 감각이에요. 감각을 키우는 활동이 필요하죠. ~했던 순간, 같은 장면 중심 글쓰기를 시켜보세요. 생동감 있는 글이 나올 수 있고, 그걸 느끼면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될 거예요.”


그 통화 이후 나는 마음이 잡혔다. 여러 책에서 봤던 오감을 활용한 글쓰기 활동을 수업에 넣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시각을 활용한 글쓰기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걸 적으면 리듬이 살아난다.


그게 첫 시간 수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첫 강의를 준비하는 분께 드리는 3가지 팁


1. 대상을 먼저 파악하세요.

강의는 강사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수강생이 듣고 싶은 이야기에서 시작되어야 해요. 가능하다면 담당자에게 나이대, 관심사, 수업 분위기를 미리 물어보세요.

2. 실습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해 보세요.

특히 시각, 청각 등 오감을 활용한 글쓰기는 글쓰기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도 부담이 적고 몰입도가 높아요. “지금 이 공간에서 눈에 보이는 것을 적어보세요” 같은 활동이 훌륭한 시작이 될 수 있어요.

3.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편집자, 선배 강사, 주변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만으로도 수업 방향이 훨씬 또렷해질 수 있어요. 조심스럽게 물어본 그 한 통의 전화가 수업 전체를 바꿔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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