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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Jan 08. 2020

 "저 집은 애들 옷 전부 얻어 입히잖아요."


 “저 집은 옷 사서 안 입혀요. 전부 얻어서 입히잖아요.”

나와 조금 친한 동네 엄마 중 한 명이 별로 친분이 없는 다른 엄마에게 말했다.

어린이집을 오고 가며 만났던 그 엄마가 가끔 신발이며 무스탕이며 애들 꺼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길래 그때마다 내가 얻어 입힌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던 게 기억이 났다.

 “저 집은 애들 옷 전부 얻어서 입혀요.”라고 한 번 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 엄마 말대로다. 애들 옷을 얻어 입힌다. 대부분의 옷이 물려받은 옷이다. 친척들이 물려준 옷을 막 입힌다.

어머님이 사주신 옷도 많다. 내가 산 옷만 따지면 첫째 둘째 다 따지고 내복까지 포함해서 후하게 쳐도 손가락 열 개로는 다 된다.

얻어 입은 옷 중에서 해진 옷은 없다. 누가 옷을 헤질 때까지 입힐 것이며 빨리 크기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옷은 모두 깨끗하다. 그러나 유행에 뒤쳐진다. 요즘 아이들은 북유럽풍의 깔끔하고 적당히 루주 핏의 옷을 입는다면 아이가 물려받은 옷은 죄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이고 프릴이 엄청나게 달려있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이런 것이 유행이었나 보다.

그래도 지나가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북유럽풍 옷을 입은 아이보다 알록달록 옷을 입은 우리 아이를 보고 제일 예쁘다고 하신다.






첫째 아이를 낳고 옷 선물이 적당히 많이 들어왔다. 그 옷을 모두 입히고 9개월 정도부터는 애가 입을 옷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집 근처 롯데마트 안에 있는 아기 옷 파는 곳으로 갔다. 거기서 호기롭게 아이의 원피스와 레깅스를 집어 들었다. 그것도 두벌씩이나.

그때 내가 결제했던 금액은 10만 원이 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쌌던 옷 가격은 그다음부터 옷을 사지 않게 만들었다.

대신 물려받은 옷들을 부지런히 입혔다.

아이는 사실 내복만 입고 나가도 예쁘다. 내복만 입고 그 아이스러운 눈망울을 하고 나를 쳐다볼 때면 애들은 눈이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집 등원 룩이라고 인스타에 올리고 올법한 왕창 꾸민 아이들을 보면 뭐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머리가 유난히 얇았던 둘째는 종종 산발이 되어 내복만 입고 외출을 하기도 했다.

 “생긴 것과는 다르시게 아이를 굉장히 수더분하게 키우시네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큰 맘먹고 새 옷을 사주었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새 옷을 입은 아이가 너무나 예뻐 보인다.

적당히 루즈한 옷을 입은 아이를 보고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오늘 다인이 정말 예쁘다~ 새 옷 입었네?”

아이들은 물려받은 옷을 입혀놔도 예쁘다.

근데 새 옷을 입혀놓으면 더 예쁘다. 나는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애들에게 새 옷을 많이 사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결심했다.

가장 예쁠 때를 예쁘게 꾸며주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둘째의 얇디얇은 머리를 오늘은 땋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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