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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Jan 27. 2020

"할머니가 키운 애들은 딱 티가 난대."


 명절에 교회를 와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중층에 내려갔다.

 “아니, 민지야~ 너희 엄마한테 신발 좀 사라 해라. 네 거 말고 엄마 꺼 좀 사라고 해. 도대체 겨울의 시작과 끝을 어그부츠와 함께하네. 아이고야. 좀 징글 하다 좀.”

 “아니 어그부츠가 따뜻하기도 하고 좋잖아 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애엄마 두 명이 교회에 들어왔다. 원래 교회를 다니던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었다.

우리 어머님께도 곧이어 “아이고 상진이 애? 언제 애 둘이나 낳았대?”라고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오래된 사이 같았다.

어그부츠의 그녀는 우리 둘째와 같은 나이인 3살이 된 딸을 키우고 있다. 그녀는 중층에서 저지래를 하는 아이를 막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계속 “무서운 엄마 나온다!” 하는 걸로 봐서는 그것도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쉬했네 기저귀 갈자.” 하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내가 모르는 애엄마 두 명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누가 요즘 바지를 두 개나 입혀? 할머니들이나 그러는 건데. ”

 “아니, 우리 애 콧물이 너무 많이 나서요.”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친구가 얘기해주던데 할머니가 키 운애는 딱 티가 난대. 내복 바지를 두 개나 입히고 그런다더라. 딱 보면 안단다. 할머니가 입혔는지, 엄마가 입혔는지. 그러니까 너도 담 있는 거 따뜻한 거 한 개만 입혀. 뭘 두 개씩이나 입혀.”

 


“오늘 하루 입힌 건데 되게 욕 듣네 나?”

하하호호 재밌는 분위기였다.

친한 사이니 가능한 농담이지 싶었다.

그 아줌마들 사이에서 내 둘째의 바지를 내렸다. 나도 아이에게 바지를 두 개 입혔던지라 파란 바지 안에는 핑크바지가 쏙 하고 나왔다.

지나가던 그 애엄마 중에 한 명이 말했다.

 “아니 애 바지가 좀 작은데? 왜 이런 걸...... ”

 “아, 애가 빨리 크네요.”

나와는 친하지 않았던 그 아줌마는 나에게는 거기까지만 말했다.







그들이 내복을 두 개 입힌다던 할머니들 손에서 내 아이들은 자주 자랐다.

가게를 하고 있는 친정엄마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와서 봐주시고 시어머니께서는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을 책임지고 데리고 가셔서 놀아주셨다.

그래서 일요일에 교회에서 만날 때면 할머니가 사준 못 보던 옷을 입고 있을 때가 많다.

얼마 전에는 요즘 유행하는 양 아우터를 사주셨다. 그런데 루즈 핏의 옷이 아이에게 불편해 보였는지 그다음 주에 보니 짧게 팔부분이 꼬매 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내가 보기엔 예쁘지도 않은 이상한 모자를(화려한 앵두인지 딸기인지가 가득히 담긴) 사 와서는 아이들에게 씌우고는 기뻐하셨다.

정말로 할머니가 키우는 애는 티가 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모자를 쓴다고 해서 아우터의 팔을 꿰맨다고 해서 내복을 두 개입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것은 그것대로 할머니들의 취향인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애엄마 두 명과 그녀들의 아이들이 우르르 교회에서 나갔다. 

나는 그녀의 어그부츠 옆에 있는 때가 까맣게 탄 하얀 내 운동화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 운동화도 겨울의 시작과, 그리고 끝도 아마 함께할 것이다.

신발장에 내 운동화는 4개 정도 있지만 나는 하얀 운동화만 신는다. 하얀 운동화를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의 취향대로 키운 아이는 누구의 아이든 그게 티가 나는 것 아닐까. 할머니든, 엄마든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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