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롯데시네마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력서를 넣고 그다음 주 월요일에 첫 출근을 했다. 유니폼과 명찰을 받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망을 했다. 같이 입사한 친구들은 총 5명이었다. 제일 먼저 율동을 배웠다. 나란히 서서 “사랑합니다. 고객님, 어떤 영화 관람하시겠습니까.”라는 말을 하며 차 유리를 닦는 와이퍼처럼 팔을 움직였다.
바로 위층 매표소로 갔다. 우리 5명에게는 명찰에 적힌 대로 병아리라는 호칭이 생겼다. 선배들을 보니 아무도 와이퍼 율동은 하지 않았고 멘트도 배운 것과는 조금 다르게 했다. 그러나 고객들이 앉을자리를 정할 때 ‘화장실 가시기에는 중앙에서 통로 쪽 끝자리가 편하실 겁니다.’라고 자신 있게 설명해 주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직접 매표소 업무를 해 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 날따라 손님이 너무 많아서 대기인원이 줄지를 않았다. 옆에서 잘 해내고 있는 다른 병아리를 보니 더 긴장되었다. 그래도 배운 대로 마지막에 색연필로 시간과 영화 제목을 줄 그으며 한 번 더 체크를 하고 손님을 몇 번 보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한참 고객 응대를 하다가 ‘어떤 영화 관람하시겠습니까’를 ‘어떤 여자 관람하시겠습니까’로 바꾸어 말했을 때 틀린 줄도 모르고 고객을 쳐다보니 30대쯤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웃으며 물었다.
“어떤 여자들이 있는데요?”
그 뒤로 1년 정도 영화관에서 더 일했다. 들어오는 병아리들이 야간근무 때 졸려하면 그 얘기를 들려주었다. 병아리들은 즐거워했지만 말할 때마다 생각했다.
‘그때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진짜 바보 같아. 그것도 수많은 말 중에 왜 하필 여자로 바꿔 말했을까.’
그 생각이 들 때마다 히죽히죽 웃던 그 남자들의 안경테마저 선명하게 기억났다.
어제는 분명히 둘째 가슴에 그저께 붙였던 기침 패치가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떨어진 줄 알고 새로운 기침 패치를 붙이고 재웠다. 그런데 아이가 밤새 보챘다. 열도 안 나는데 왜 이렇게 못 잘까 싶어 짜증이 났다.
“아니 세아야. 약도 먹었고 춥지도 않은데 왜 이렇게 짜증이야. 나도 잠 좀 자자. 기저귀도 괜찮네. 왜 그래. 도대체.”
엉덩이를 두드리며 새벽 내내 재웠다. 아침쯤 깊은 잠에 빠져서 느지막이 일어났다. 그런데 둘째의 내복을 갈아입히려고 벗겼더니 기침 패치가 가슴에 두 개가 붙어 있는 게 아닌가. 눈을 몇 번이고 비비고 다시 보았다. 바로 떼고 약국에 전화했다. 약사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했다.
“밤에 잠을 설치고 손을 좀 떨고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거 없었으면 괜찮고요. 확인하고는 바로 떼셨죠?”
“네. 잠을 못 자긴 했어요. 바로 뗐어요. 그럼 괜찮은 건가요?”
“일단 오늘 기침이 너무 심하지 않으면 지켜보시다가 붙이지 말고 재우시고요.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손이 떨렸다. 둘째는 많이 피곤했는지 전화하는 사이 아기 띠에서 또 잠이 들었다. 아이를 눕히고 방으로 들어가 블라인드를 올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항상 병아리가 된다. 영화관에서는 한 달이 지나자 일이 익숙해졌지만 아이는 두 명이나 낳았는데도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다.
‘엄마 닭이 된 줄 알았는데 엄마인 병아리가 되었네.’
자책하는 사이 창문에서 햇빛이 쏟아졌다. 그래도 밤이 지나갔다. 실수하지 않고 크는 병아리는 없지 않을까.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다. 냉동실에 넣어둔 육수와 이유식 재료를 밥솥에 넣고 죽 기능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