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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Jul 20. 2020

산후 마사지 보다 더 중요한 것

산후관리, 무언가에 떠밀려 결정할 필요는 없다.


 


둘째를 낳고 아직 집에 산후도우미 이모가 있을 때였다. 검정 롱 패딩을 입고 산후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원장님 한 분과 관리사 두세 명이 있는 작은 샵이었다. 특별히 산후 마사지는 원장님이 직접 해준다고 했다.

 “아이고야 여기 봐봐. 언니 팔 뒤에 지금 뭉친 게 이게 살이 아니라 독소야. 독소. 이런 걸 다 빼야 하거든.”

 원장님은 마사지를 하며 계속 화를 냈지만 끝나고는 따뜻한 차를 주셨다.


 “10회권이 원래는 250만 원인데 지금은 행사해서 140만 원이면 가능해요. 산후에 마사지 안 받으면 큰일 나요. 언니는 삼두 쪽에 독소가 많고 골반이 심하게 어긋나 있어서 꼭 받아야 해요.”




 원장님이 옆에서 말하는 사이 다른 직원들이 와서 너무 싸서 다른 손님들은 바로 결제하고 간다고 했다.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적어도 금요일 오후까지는 해야 가능하다고 직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알겠다고 하고 문을 나섰다. 인사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심때쯤 집에 와서 다른 마사지샵을 검색해보았다. 전국에 체인을 가지고 있는 마사지샵의 후기를 읽어보았다. 양쪽 얼굴이 똑같이 맞춰지고 살이 빠지고 골반이 교정되고 더 나아가 얼굴까지 작아졌다. 일단 1회만 받아보자 싶어서 다음날 산후관리로 예약을 했다.

 샵에 도착하니 두 명의 관리사가 내 옆에 붙었다. 한 명은 상체를 만지고 다른 한 명은 하체를 만졌다. 그런데 첫 번째 받았던 곳과는 달리 둘이서 같이해서 인지 마사지 크림이 차가워서인지 너무 추웠다. 발가벗겨진 채로 관리사에게 말했다.     

 “여기 너무 추워요….”
 “아, 아무도 춥다고는 안 하셨는데…. 그럼 상체 할 동안 하체는 수건 덮어드릴게요.”     








추워서 떨고 있는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더니 친절한 목소리로 수건을 툭 올려주었다. 마사지는 점심이 되어서야 끝났다. 멍이 들 수도 있으니 멍이 들면 멍크림을 바르라고 했다. 힘이 하나도 없어져서 다시 집으로 갔다. 도착해서 소파에 앉는 순간 묵직하게 허리가 아팠다. 바로 근처 큰 한방병원에 갔다. 허리 사진을 찍고 한의사를 만났다.          


 “일단 디스크는 아닙니다. 한방에서는 이런 경우 그렇게 큰일로 보지는 않습니다. 산후에 피가 너무 많이 나서 그 피가 나가서 오는 통증일 수도 있고 아기 때문에 짓눌려서 아플 걸 수도 있는데요. 게다가 아픈 부위가 허리가 아니라 정확히는 등 밑쪽이라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 아프시면 약침이 있어요. 약침을 맞고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혹시 내 골반이 많이 삐뚤어져 있어서 통증이 있는 건 아닌지 물었다.     

 “이 정도는 누구나 삐뚤어져 있습니다. 이걸로 통증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소견입니다.”   


  

사진으로 확인해봐도 크게 길이가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10분 동안 약침을 맞았다. 3일을 맞고 나니 괜찮아졌다. 그 뒤로도 마사지는 받지 않았지만 몸이 아프면 병원을 가고 기분이 울적해지면 커피숍에 가서 글을 쓰면서 산후의 시간을 보냈다.     







 출산한 지 딱 13개월이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시 몸과 정신이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도 적정한 시기에 산후마사지를 받았더라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4주 후부터 가능하다고 해서 갔지만 유달리 마사지샵에서 추웠던 것은 내 몸이 회복이 덜 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가 선택하는 산후마사지도 좋지만 출산 후 어떤 식으로 나를 회복시킬지 스스로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마사지가 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무언가에 떠밀려서 결정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산전이든 산후이든 내가 데리고 사는 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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