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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Dec 07. 2020

거리두기는 2단계, 마음은 0단계

긴 코로나에 효자 없다


 남편은 한 달에 한번 제일 바쁜 날이 걸리면 회사에서 혼자 하던 일을 둘이서 한다. 그 날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보통 그날이 되면 하루 종일 그 얘기를 하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 바쁜 날에는 커피도 과자도 평소보다 많이 사서 간다. 문을 열고 나가는 남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빠 잘 가. 아따 자까.”     


 네 살과  살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다. 30분쯤 지나 휴대폰을 보니 롯데카드 결제 문자가 와있었다. '편의점 12900원.'

무의식적으로 카드 결제 문자를 위로 올려보았더니 가관이다.

편의점 6700원, 편의점 3000원, 편의점 12900원.....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다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사실 코로나고 뭐고 이제는 좀 지쳤다. 내가 조심해도 누군가가 조심하지 않으면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꼬박 1년을 함께했다. 그동안 외출을 줄였다. 미용실에서 염색도 하고 싶고 볼에 난 비립종들도 병원 가서 제거하고 싶은데 어디를 가려고 하면 자기 검열부터 하게 되었다.     

 



‘이게 외출할만한 일인가? 만약에 나갔다가 코로나에라도 걸리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할까. 처음에는 남들 다 어린이집 보내도 끝까지 집에 끼고 있었는데 몇 개월 보내고 나니 마음이 느슨해졌다. 다시 거리두기는 2단계가 되었지만 마음은 0단계가 되었다.     


 ‘초반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는데.’



      

 아이들과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잠들 때까지 서로 침대에서 뛰고 베개는 기차가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한다. 난리가 난 그사이 검은 방 안에서 휴대폰 불빛을 반짝이며 어제 먹은, 어쩌다 발견한 맛있는 냉동 치킨 2개, 그리고 그저께 먹은 향이 좋았던 딸기도 한 상자 주문. 당분간 영화관은 못 가니 캐러멜 팝콘도 주문. 카페도 못 간다. 여행도 쭉 못 갈 것 같다. 대신 향이 진한 커피도 하나 주문하고.     

 남편은 회사일을 견디기 위해 편의점을 털고 나는 가정보육을 견디기 위해 장바구니를 가득 채워 주문하기를 누른다.



 ‘내면을 단단하게 해주는 가장 귀한 존재가 치킨이 되고 팝콘이 될 줄은 몰랐는데.’     





 코로나가 계속되는 동안 일기를 쓰며 마음관리를 해도 안 괜찮은 날도 있다. 그럴 때면 좋아하는 것을 노트에 적고 하나씩 주문한다. 돈걱정은 내일하고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기다린다. 잠이 들고 나면 어쨌든 새롭게 아침이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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