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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Dec 30. 2020

우리는 스스로에게만 완벽하면 된다

완벽한 아이를 읽고


 학교 다닐 때 나는 사물함에 샴푸, 빗, 수건 같은 것을 넣어두고 나머지는 자리는 소설책으로 채웠다. 아침에 등교하면 첫 수업부터 소설책을 펼쳤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 6교시가 끝났을 땐 두 권을 읽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학기 초, 모처럼 수학에 흥미가 생겨 수업을 들으려 했었는지만 아는 내용이 없었다. 집에 가서 버리지 않은 예전 교과서를 찾아보니 딱 중2 수학책이 있었다.


 ‘아, 이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네.’


그 뒤 열심히 그 책으로 공부를 했다. 한 달쯤 지났나, 딱 3장이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내 자리 옆으로 지나가던 수학 선생님이 나에게 소리쳤다.     

 “지금 하는 것 가지고 와.”     

들고 가서 건넸다. 선생님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다른 거로 착각한듯했다. 내가 앞에 나가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 보여 또박또박 선생님께 말했다.     

 “제가 수학을 잘 못 해서요. 지금 딱 이거를 할 수준이라서요.”

 그때, 선생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래도 수업시간에는 수업에 집중해야지! 들어가!”

하시면서 다음 수업을 이어갔다.               



 그때 깨달은 것은 확실히 마음도 배우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내가 편하고 가벼운지를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 배우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다른 걸 해서 설사 회초리를 맞더라도 나는 그게 편한 사람이었다.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 그런데 그 일상을 다 통제당했던 주인공은 그것을 배울 기회를 잃었다. 모든 것은 그 집에서 다 통제당한다. 그렇지만 다행히 경험의 빈자리를 음악, 독서, 동물들이 메꿔준다. 조금씩 확장한 그 자기만의 세계가 결국 그녀의 연주에도 도움이 되었겠지.     







 주인공 모드 쥘리앵은 심리치료를 받으러 다녔고 결국 심리적 통제와 정서적 지배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가 되었다. 나는 글을 쓰게 되었다. 나처럼 수업시간에 소설책이나 읽고 멋대로 시간을 보낸 사람이 쓰는 글은 딱 그 정도겠지만 결국 '딱 그런 사람들'을 위해 쓴다. 이 이야기는 결국 돌고 돌아 내게 닿았다. 책을 펼쳐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담담한 글 안에 주인공의 세계를 지켜준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러니 혹시 학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했다면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그런데도, 모드 쥘리앵은 그 세계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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