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필영 Jan 01. 2021

스물넷에는 뭔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휴대폰 매장을 떠들썩하게 열었던 것과는 달리 마무리는 덤덤했다. 무료로 비치되었던 기기들을 영업사원들이 회수해갔다. 그게 끝이었다.     


 ‘이렇게 사장 놀이가 끝났구나. 나도 보통의 스물넷처럼 저녁을 가게 마치는 9시가 아닌, 6시에 먹을 수 있겠네.’

     

 마지막으로 기기를 정리해주러 왔었던 영업사원은  줄인 바지 밑단만큼이나 꼼꼼한 성격이었다. 종이를 들고 기기를 하나씩 맞춰보더니 박스를 그의 차 트렁크에 실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여기 오는 게 그래도 낙이었는데 이제 끝이네요. 언제 한번 집에 놀러 오세요.”

 “그러게요. 잘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럼 오늘 놀러 가도 돼요?”     


 그가 자주 집에서 일어났던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그렇다고 가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니었다. 다만 가게 정리가 조금 일찍 끝나서 원래 마치는 시간인 9시까지 함께 보낼 사람이 필요했다. 혼자 있기는 싫었다.     



 방에 들어가 두리번거리다가 티브이 앞쪽에 앉았다. 그가 치킨을 시켜주었다. 콜라도 함께. 티브이를 보며 어색하게 치킨과 콜라를 먹었다. 방이 넓었으면 조금 덜 어색했을까.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을까.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슬금슬금 바닥에서 무릎을 떼고 일어났다. 집에 간다고 하니 그가 집 앞까지 태워주었다. 가는 길 깜깜한 차 안에서 그가 물었다.

   

 “사장님. 이제 내일부터 뭐하실 거예요?”

 “글쎄요. 뭘 하면 좋을까요.”

 “그동안 열심히 일하셨으니 이제 좀 쉬세요.”


그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끝까지 써가면서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내일부터 뭘 할지 생각을 할 줄 아는 인간이었으면 친하지도 않은 그의 집에 놀러 가지는 않았겠지.'     






 가게를 한 열개쯤 해서 수십억 벌어야지 생각했던 처음의 큰 꿈은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쌓인다고 믿었다. 그렇게 배웠던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 아무것도 없다. 농협 vip통장도 사라졌고 사람들도 없다. 안 친한 사람이 같이 치킨을 먹어주고 친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 흩어져있다.     

어디로 간 걸까. 모든 것이 흩어지고야 말았다. 시간도 돈도 사람들도.     

스물넷에는 뭔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스스로에게만 완벽하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