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든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돈을 버는 모든 일은 지극히 경제구조에 따라서 일어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나를 써줘야 한다. 프리랜서인 나는 고객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 내 포트폴리오를 뿌린다. 고객들은 작업물이 마음에 들면 내게 가격을 물어본다. 얼추 이 정도의 견적이 나옵니다라는 말을 한 뒤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된다.
나는 선택을 받기 위해 조용하되 필사적으로 어필한다. 현재 이벤트 중인 내용을 우선 전한다. 내가 잘하는 것을 알려드리며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건 어떤 게 있는지 알려드린다. 친절하면서도 정확하게. 자신감에 차 있지만 과하지는 않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택 받지 못할 수 있음을 늘 기억한다.
선택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에 쌓여있어서 그런가. 요즘 나는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말을 자주 생각한다.
"수요 없는 공급 :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계속해서 공급하는 것."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무언가 열심히 하는 일. 누구도 내게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내게는 글쓰기가 그러하다. 글을 쓰는 속도가 느린 나여서 이 길이의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한 시간은 소요된다. 글도 안 쓰일 때는 내 머리채를 잡으면서 깜빡이는 커서가 저절로 움직이기를 바란 적도 여러 번. 때로는 이 지독한 글쓰기가 싫기도 하다.
글쓰기를 배운 적 없으니 요령이 없는 건가. 너무 느리단 말이지. 그리고 글이 하나씩 쌓일수록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글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글을 배웠다. 현직 작가님과 매주 만나면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리고 내 글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평가를 받았다. 작가님은 비수를 가지고 내 글의 자음과 모음을 난도질하신다. 새롭게 만들어진 마음과 문장들. 그리고 작가님은 늘 글보다 마음을 다듬어 주셨다.
피를 흘린 건 내 글만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써 내려간다. 글 쓰는 시간은 보통 자정에 가까운 시간. 해야 할 일을 다 마무리하면 서둘러 글 쓰는 페이지에 들어간다. 글쓰기가 하고 싶어 해야 할 일을 서두를 때도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시간은 세상에서 제일 조용하다는 새벽 세 시. 간간히 들리는 거라곤 창밖 너머로 달리는 자동차 소리. 그리고 타닥타닥 마음을 만들어가는 타자 소리.
나는 내 방구석에서 수요 없는 공급을 찍어내고 있다. 몇 평 되지도 않은 작은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라오는 글감들을 잘 조립해 하나의 글을 완성한다. 그리고 제목을 달아 멋지게 포장하고 한쪽에 쌓아둔다. 그럼 또 하나의 글감이 벨트 위에 올라오고 나는 또다시 조립한다. 온라인상에 차곡차곡 내 글들이 쌓여간다. 어쩐지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글들이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작가가 되는 게 또 하나의 꿈이다. 더 정확히는 한 문장을 쓰더라도 잘 써 내려가고 싶은 작가이고 싶다. 잘 쓰인 한 문장은 백 마디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니까. 그 한 문장을 쓰고 싶어 숱한 글씨들을 써 내려간다.
세상에 당연하게 얻어지는 것이 정말 없는 거라면 결국 의미 없이 흘려보낸 문장과 시간도 없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