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취미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간 나면 동네를 찍기도 하고 유명 스팟을 가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직업이 사진과 영상을 찍는 사람인데도 취미 또한 사진인 거죠. 덕업일치라고 해야 하나. 카메라로 저는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조금씩 모이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진들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았어요. 이상한 자신감으로 가득 찬 시절. 그렇게 한 장씩 저의 sns계정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하나둘씩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제 게시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가져주는 관심이 좋다 보니 시간을 따로 내서 촬영을 나가기도 일쑤였습니다. 사진들로 배경 화면도 만들어서 이벤트로 나눠주고 엽서와 달력을 만들어 굿즈로 판매하기도 했어요.
조금씩 저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계정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분들의 피드에도 들어가 구경도 하고 올리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곤 했습니다. 그럼 그분들이 저의 계정에 들어와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거에요. 간혹 써주시는 기분 좋은 댓글에는 기분이 또 좋더라고요.
“한 달 만에 팔로워 1만 찍는 방법”
이런 컨텐츠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더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 제게 한 줄기의 빛.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저의 갈증을 해결해 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 컨텐츠를 열심히 찾아봤습니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sns계정에 들어갔다 나왔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는 얼마나 달렸는지. 댓글이 적혀있진 않은지. 띠링 하고 알람이 뜨기라도 하면 핸드폰을 쳐다봅니다. 오늘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가 부족하기라도 하면 사진 관련 계정에 들어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 쓰기를 반복. 좋아요가 어제보다 적게 달려있기라도 하면 뭐가 문제였는지 분석합니다.
이제부터 사진은 제게 그저 좋아하는 취미가 아니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하루의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죠. 사진을 찍으러 나갈 때 제가 좋아하는 장면을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남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만 찾아다니는 거죠.
#유명스팟 #사진스팟 #서울스팟 #seoulnightview #koreaview
외국인들은 보지도 않는데 해시태그에는 영어를 적어야 했어요. 외국 사람들도 찾는 계정 같아 보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혹시 외국인들이 저 해시태그를 타고 제 계정에 넘어올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있어 보이고 싶은 허영. 영어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이랄까.
그렇게나 sns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데 제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어느 순간 사진 찍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지 지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계정은 어찌나 잘 크는지. 만든 지 얼마 안 된 계정인데도 말도 안 되게 성장하는 걸 보며 부러웠어요. 꾸준하게 올리는 노력까지 겸비한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느끼는 질투심. 저는 그 계정에 들어가 살며시 팔로우를 취소합니다. 저 하나쯤 사라져도 티 안 나는 계정에 괴로워하기 싫더라고요.
한동안은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돈 버는 일이 아니면 카메라는 꺼내지 않게 됐어요. 제가 좋아했던 취미가 사라진 기분. 삼일에 한 번 oo님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알람이 뜨기라도 하면 왜 눌렀는지 의아한 마음으로 그 계정에 들어가 보기도 합니다. 스팸성 좋아요. 내 피드가 관심 있어 좋아요를 눌렀다기보다 본인 계정에 들어와 달라는 홍보성 하트.
이제 저의 sns는 일상도, 사진도 올라오지 않는 시간이 멈춘 계정이 되었습니다. 타인을 부러워하는 일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스스로 납득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다면 그때는 정말 온전히 나로 살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