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은 2.7평 정도 되는 자그마한 방이에요. 이곳에는 잠을 자는 침대도 있고 작업하는 책상도 있고 옷장도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꽉 찰 것만 같은 제 방이 저에게는 직장이자 침실인 것이죠.
저는 영상 관련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어서 집 밖에서 촬영한 것들을 집안으로 가져와 편집합니다. 무한한 재택근무의 삶. 누군가는 부럽다고들하지만 마냥 부러운 삶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 일이 없을 때는 그냥 백수예요. 백수와 직장인 그 사이 어디쯤 프리랜서라는 말이 있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Free”.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그 어디에도 정착하기 어려운.
뜨거운 여름이면 이 좁디좁은 방에 또 다른 프리랜서들이 들어와 안 그래도 비좁은 방을 더욱 가득 메워버립니다. 소리는 또 어찌나 거슬리는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헤드셋을 끼고 작업을 해야 해요. 위이이잉. 조심스러운 날갯짓. 제 살갗에 앉았는지도 모른 채 그들에게 제 피를 빨리기도 합니다.
저도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결국 죽어 나갈 수밖에 없는 프리랜서잖아요. 제 몸에 빨대를 꽂고 피를 열심히 흡혈하는 이 녀석들을 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불교에는 우리가 다음 생 어떤 존재로 태어날지 모르니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살생하지 말아야 한다는데 제 다음 생은 한낱 미물인 이 생명으로 태어날 수도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이미 물려서 부어오른 엄지손가락을 긁적입니다. 긁을수록 부어오를 걸 알면서도 간지럼을 참지 못해 자꾸만 긁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하객들이 모이듯 어디에 소문이라도 났는지 제 방에 모기들로 북적입니다.
작업한 지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엉덩이를 뗍니다. 작업을 할 때면 그렇게 날아다니던 모기들이 어디선가 살기를 느끼기라도 하면 존재를 감춥니다. 저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입니다. 그들의 작은 도약이 어디선가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짝!
자신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피를 빨아야 했던 저의 살가죽은 이제 그들의 생명을 앗아갑니다. 저는 눈을 부라리며 또 다른 생명을 찾아보지만 해야 하는 작업이 있어 선심을 쓰듯 의자에 앉습니다. 마우스가 딸깍이는 소리만이 방안을 감싸고 살기가 사라진 저만의 작업실에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십 분을 채 넘기지 못합니다.
항전하겠다는 그들의 날갯짓에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그들의 비행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한 시간을 합니다. 나를 일으키는 저놈들이 어찌나 싫던지. 창문에 설치된 모기장에 작은 틈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혹시 집에 문이 열려있는 곳이 있는 건 아닌지 모든 창문을 확인합니다. 이놈의 모기들은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다시 자리에 앉아 핸드폰 검색창에 ‘모기 안 들어오게 하는 법’을 검색합니다.
마땅한 해결책은 발견하지 못한 채 작업하고 있던 편집창을 다시 엽니다. 키보드를 두들기고 마우스를 움직입니다. 촬영 파일을 이곳저곳 옮겨가며 하나의 예쁜 영상으로 편집합니다. 저 모기 놈들 때문에 작업 시간이 늦춰졌습니다.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편집 분량은 꼭 해야 한다며 미간에 힘까지 주며 집중합니다.
보이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주변 시야로 배가 빨갛게 부어오른 모기가 보입니다. 배가 부른 건지 몇 시간 동안은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나 또한 공격하고 싶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왠지 한동안 자리에 또 앉지 못할 것 같기 때문에요. 마음을 다잡고 하던 일을 마저 해야 합니다.
그 다짐을 한지 몇분이 지났을까요. 눈은 모니터를 향하지만 마음을 저 모기를 향합니다. 거슬립니다. 일어나야겠습니다. 편집에 집중하지 못할 바에야 위험 요소를 얼른 제거해야겠습니다. 나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역시 나는 엉덩이를 들썩이다 못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살금살금 두 걸음 정도를 걷습니다. 그리고 벽에 손바닥을 부딪칩니다. 짝!
티슈로 손을 닦아내고 화장실에 가 물로 한 번 더 손을 헹굽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보인 냉장고를 보며 배가 고파집니다. 저녁을 먹어야겠다며 밥솥을 확인합니다. 오늘 저녁은 모 먹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저 작고도 미세한 놈. 남들 피 빨아 먹고 사는 놈. 3mg도 안 되는 작고도 작은 모기 놈한테 제 엉덩이는 이렇게나 쉽게 들려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