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충동 구매자입니다

by he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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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사만 오천 원입니다.


얼마 전 저는 무드등을샀어요. 은은한 주황색에 동그란 형태를 띄고있는 등 말이에요. 건전지는 필요 없고 콘센트만 있으면 전기로 켤 수 있는 작은 등이에요. 밑에 받침대는 어찌나 예쁜지 재질은 대리석같은데 고급진 느낌을 선사해요. 제가 이 등을 왜 샀냐면요. 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무드등을 보기 전까지 무드등을 살 계획이 없었어요. 저는 그저 펜을 사러 아트박스에 들어간 건데 어느 순간 이 등을 들고 계산대로 가고 있더랍니다. 펜은 이천 원 정도였는데 이 등은 그 가격의 이십배가 넘는 금액을 한단 말이죠. 철이 없었죠. 생각 없이 이 등을 산다는 게.


저는 이 등 말고도 이런 경우가 빈번히 있어요. sns를 보다가 예쁜 옷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곤 해요. 다 읽지도 못하는 책은 왜 열권씩이나 샀는지. 한번은 아침에 비행기표를 예매해서 저녁에 일본으로 떠난 적도 있습니다. 저의 충동구매 중 가장 큰 소비는 카메라에요. 가격이 이백만 원은 훌쩍 넘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곧장 결제해 버리는 충동.


그렇게 구매한 옷은 아직 비닐도 뜯지 않고 제 옷장에 놓여있습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한 페이지도 펼쳐지지 않은 책은 또 어떻구요. 저는 왜 자꾸만 무언가를 채우려는 마음이 들어서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고민 없이 구매하려는 건지.


돌이켜보면 저의 채워 넣으려고 하는 마음은 불안에서부터 비롯된 것 같아요. 누군가는 불안한 마음이 들면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는 집 밖으로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어하잖아요. 저는 그런 불안함을 해결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습관이 있는듯해요.


제게 그 불안이라는 요 녀석은 예고 없이 찾아와요. 어느 날은 잘 살아내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내 앞 일이 한없이 깜깜해지며 나 잘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끝없는 의심을 하는 거죠.


혹시나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불안하신 적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것에도 불안이 따라오더랍니다. 나는 이 사람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인데 이런 나를 못 미더워서 결국 나를 떠나진 않을까. 내가 이 사람한테 계속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나를 질려하면 어떡하나.


이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치 않아 지금 당장 나를 바꾸려 합니다. 어울리는 옷도 사보고 미용실도 가고 괜히 평소 안 먹던 파스타집도 데려가고. 그 사람을 위한 노력이 기특하고 가상하긴 한데 자꾸만 날 떠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한켠에서 자꾸 저를 괴롭혀요. 그렇게 티를 안 내려던 마음인데 결국 상대에게 닿더라구요.


예쁜 옷을 사면, 책을 읽으면 그리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면 지금 당장 나는 조금 괜찮은 사람이라 느껴지곤 해요. 실제로 저는 아직도 종종 그런 멋에 취해있기도 하고요. 예쁜 옷을 입으면 걸음걸이부터가 달라진달까. 그것이 잘못되었다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안의 내면보다 걸음걸이가 더 신경 쓰인다면 말이 달라지겠죠.


지금 당장 나를 불안으로부터 달래기 위한 충동은 조금씩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개 지금 즉시 보상되는 것들로부터 도망쳐보려해요. 지금 제게 이런 글 쓰는 시간이 충동으로부터 도망가는 시간이에요.


이 글을 완성시킨다해서 엄청난 도파민이 나오지는 않아요. 오히려 한 문장 쓰는 일에 애를 쓰기도 해요. 때로는 글이 왜 안 써질까 하며 머리를 쥐어짜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저도 내면적으로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진 않을지 보고 싶어요.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지기보다 천천히 얻게 되는 보상이 좀 더 오랜 시간 저의 불안을 달래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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