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 하이
: 마라톤이나 조깅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힘들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
저는 달리기를 참 좋아해요. 초등학교 시절 학교 육상선수로도 활동을 했습니다. 학교 대표로 도 대회에 나가기도 했어요. 중학교 때는 축구했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하프 마라톤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달리기는 제 인생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운동 중의 하나에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요.
그런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뛰지를 않고 있습니다. 아니 운동 자체를 하지 않고 있어요. 핸드폰 보는 시간 한 시간만 줄여도 꽤나 괜찮은 몸뚱아리가 될 텐데 말이죠. 그에 따라 체력도 덩달아 떨어지는 듯해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몸도 점점 무거워지는 듯해요.
요즘 저의 최고 관심사는 아무래도 도파민이에요. 관련하여 검색을 해보니 운동과 도파민이 연관 있다는 글을 봤습니다. 운동을 하면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뇌는 이를 보상하기 위해 도파민을 분비해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려고 한다고 해요. 그래서 러너스 하이란 몸이 극한으로 힘들 때 머릿속에서 극한의 도파민을 뿜어내는 상태를 말한다고 해요.
반면, 미디어는 신체적으로 스트레스는커녕 신체를 더 늘어지게 하는듯해요. 몸은 힘들지도 않으면서 도파민은 자꾸만 분비되니 호르몬적인 장애가 오는 게 아닐까요. 가만히 누워서 핸드폰만 들여다봐도 도파민이라는 보상을 주니 얼마나 편해. 고통 없이 얻게 되는 도파민. 마치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을 자꾸 쌓는 느낌이랄까요.
No Pain, No Gain. 저는 이제 공짜 도파민의 생활에서 유료 도파민의 생활로 바꿔보려 합니다.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려 해요. 러닝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거죠. 하프 마라톤도 뛰었는데 잇까지 러닝이야. 시작만 하면 곧잘 잘 달릴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달리기 전 스트레칭을 합니다. 다리를 펴고 손바닥이 바닥에 닿아야하는데 닿지가 않습니다. 허리를 좌우로 돌려가며 쭉쭉 펴봅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뛰기도 전인데 몸이 말썽입니다. 어찌저찌 1km까지 달려봅니다. 찬바람이 폐부까지 들어오니 온몸이 어는 듯한 기분. 신발 밑창에 본드가 눌어붙은 것 마냥 뗴어지지 않는 기분. 옆에 식사하는 비둘기 것들이 애쓴다며 안쓰럽게 쳐다보는 듯해요. 지들은 꼴에 난다고.
그렇게 뛰고 걷고를 반복하던 중 뭐가 됐든 쉬지 않고 끝까지 뛰어보자고 다짐하게 돼요. 2km, 3km, 4km. 처음 1km도 뛰기힘들던게 2km부터는 쉬지 않고 5km를 뛰게 되랍니다. 1km도 저에게는 큰 신체적인 고통이었나 봐요. 러너스 하이가 오다니. 오랜만에 혹사된 몸을 머릿속에서 안정시키려고 도파민을 내뱉나 봅니다. 그렇게 운동을 마치고 해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싸요.
몸은 정말 힘들고 한 발 내딛기도 힘들었지만 운동을 끝냈다는 개운함이 너무 좋았어요.몇 킬로 뛰지도 않았지만 내가 그 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한창 달렸을 때의 기록보다는 현저히 떨어진 수준이었는데도 말이에요.
러너스 하이는 신체적인 고통이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힘이 들지 않고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고 하잖아요. 그 어느 순간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가 올 때까지 뛰면 반드시 그 순간을 경험시켜 줍니다. 우리 뇌가 그렇대요. 그리고 그 순간 계속 앞으로 달리고 싶게 만들어요.
그동안 도파민에 쩔어 제 삶의 통제권을 하나씩 잃어가던 생활을 청산해 보려 합니다. 제한 없는 미디어 시청으로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을 계속 쌓고있었다면 운동은 그간 쌓여있는 빚을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없애는 느낌이거든요. 운동만이 그 빚을 갚아내는 수단은 아니겠죠. 저만의 방법대로 다시금 그 통제권을 되찾아 오려 해요.
이제까지 쌓아만 뒀던 빚을 다 갚았을 때 제일 기뻐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