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
도파민 중독에 관한 글을 쓰려하다 보니 나와 정반대에 있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인터뷰를 해보고 싶더라구요. 카카오 친구 목록을 쭈욱 내려봅니다. 그리고 바르고 건강한 삶을 살 것 같은 친구 한 명에게 문자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약속을 잡고 밥을 먹습니다. 일 얘기부터 요즘 만나는 사람은 없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여러 이야기를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담백하게 살아온 그의 인생에 도파민 향이 풍길법한 이야기는 건져지지 않습니다. 이 대화에서조차 나를 자극하는 소재를 찾아보는 나. 이 친구의 삶을 그저 듣고만싶어 잠시 도파민 안테나를 접어놓습니다.
너는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 친구의 말에 정신없이 저의 일상을 나눕니다. 이제껏 해왔던 영상 일은 계속하고 있고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꿈을 이제 실현해 보려 한다. 여행 관련 에세이 책을 내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한 일. 그런데 촬영과 글을 쓰는 일이 쉽지가 않다며 부리는 약간의 투정.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을 다니며 컨텐츠를 촬영하고 돌아와 글을 쓰고 브런치에는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올려야한다는 압박. 삼십 대에 새로운 도전을 할라니 실패하고 싶지 않아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보낸다며 나의 일상을 나눕니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그 친구가 제게 묻습니다.
그럼 너는 언제 쉬어?
그러게라는 대답과 함께 최근 내가 언제 제대로 쉬었는지 돌아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온전히 제대로 쉬었던 날이 단 하루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일을 해야하고 뭔가를 만들어야 하고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며 하루를 가득 채워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내 안에 불안이 달래질 것 같지 않아서 나를 위한 바쁨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몇 주 뒤 떠나는 해외여행에서조차 여행이라기보다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 이번 여행의 우선순위거든요.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성공에 멀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 깊은 바닷속 손발을 휘젓지 않으면 그대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 기분. 예전에는 목적없이 한두 시간 산책도 곧잘 잘 해냈는데 이제는 목적지 없이 걷는 일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 친구와의 만남후 저는 자극적인 것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지루함 아닐까요. 가만히 있는 걸 하지 못하는 저이니 일부러 지루해져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 멈췄을 때 오는 불안을 받아들여 보자.
지루하다
: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
싫증이 나는 일을 굳이 찾아가며 해야 하나.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는 순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그렇지만 시작은 했으니 열 번만 해보자 하는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하고 그렇게 저는 명상이란 걸 하기로 합니다.
명상과 자기 전에 눈 감고 있는 거와 뭐가 다른지 알 길 없지만 시간을 내어 눈을 감습니다. 불끈 감겨진 눈 뒤로 지루함에도 의미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의 생각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평소에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립니다. 외장하드 돌아가는 소리. 냉장고 소리. 심지어 심장이 뛰고 있는 진동마저 느껴집니다.
마음 한켠 작은 덩어리가 사라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어쩌면 그 덩어리가 불안함과도 연결이 되어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명상을 끝마치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적어 내려갑니다.
이 목록들이 예전엔 넘어야 할 벽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하나하나가 성장 과제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왜일까요. 하나 해결해 놓으면 조금 자란 것 같은 마음.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모두 해결하면 나 스스로를 멋있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 같은 기분.
불안함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더 정확히는 아무 일을 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