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에 담긴 정성

눈에 보이는 정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

by 이경란

내일모레가 엄마 생신이다.


만 10세의 딸아이는 매번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생일이 되면 언제나처럼 선물을 만든다.

반면 나는 매번 머니 머니 해도 머니가 최고라며 돈을 봉투에 넣는다.


딸아이의 눈에 보이는 정성 가득한 선물을 받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닌 듯하다.

며칠 전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생신에 딸아이는 간식을 내복약으로 만들어 ‘외롭고 그리울 때 먹는 약, 행복이 2배가 되는 약, 정신이 번쩍 드는 약, 심심함이 사라지는 약, 즐거움이 2배가 되는 약’ 문구를 정성스레 쓰고 붙여서 선물로 드렸다.

선물을 받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몇 번이고 꺼내 보시면서 세상을 다가지신 듯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선물은 정성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옷을 직접 골라 가기도 하고, 음식을 해서 가기도 하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정성-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시간을 들였다.

눈에 보이는 정성의 결과물이 상대의 필요에 딱 맞아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을 마주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난 상대가 필요한 것을 취할 수 있도록 ‘용돈’이라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용돈이라는 타협점은 꽤나 괜찮았다.

용돈을 드리는 방법을 다양화하여 각티슈통에 돈을 미리 넣어 두어 돈이 뽑히게도 해보고, 머니건을 사용하여 돈을 쏠 수 있도록도 해보고, 돈방석, 돈다발 등 매 년 새롭게 이벤트를 열었다.

괜찮아 보였지만 문제는 용돈을 드리는 나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정성이 없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용돈을 선물로 택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비슷한 감정들을 마주했었으리라.


‘용돈’을 드리기까지

상대를 떠올리는 데 시간을 쓴다.

무엇이 필요할지, 무엇이 기쁠지, 어떤 순간에 가장 힘이 될지를 몇 번이고 되짚는다.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 마음이 계속 움직인다. 망설였다가, 선택했다가, 괜히 미안했다가, 그렇게 상대를 위한 시간으로 마음이 가득 찬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으로 ‘용돈’은 이미 가득하다.

그러니 ‘용돈’을 드린다고 해서 죄책감이 들 이유가 없다.


충분히 상대를 위한 마음의 시간을 들인 결과이다.


이번 우리 엄마 생신에는 눈에 보이는 정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 모두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