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기 전까지 다녔던 학원, 사교육의 내용을 나열하자면 영어, 수학, 피아노, 미술, 발레, 축구가 있었다.
사실 더 보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 줄넘기, 태권도, 수영, 논술 학원 등 아이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배드민턴 운동부로 발을 들이며 영어 관련 학습을 제외하고 모든 학원은 종료되었다.
사교육으로 아이의 학업을 유지하던 나에게 학원을 끊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이는 해맑아졌지만 나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결국 아이의 해맑은 얼굴보다 나의 불안한 마음이 우위에 섰고, 아이 혼자서도 공부가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는 스마트 학습을 신청했다.
그렇게 딸아이의 루틴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 학습으로 그날그날 올라오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졸린 눈을 비벼 가며 꾸역꾸역 눈에 담는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영어 학원으로 달려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학습을 번개 같이 하고 다시 학교로 복귀한다.
복귀한 학교에서 배드민턴으로 시간을 꼼꼼히 채운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면 훈련 일지와 영어 숙제, 화상영어가 줄줄이 딸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딸아이 입장이라면 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딸아이가 참 대견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 밥 먹을 시간을 쪼개어 항상 눈으로 뭔가를 쫓고 있다.
지난 일요일은 할머니 생신 축하를 해드리고 오랜만에 사촌 언니와 놀이터도 가고 딸아이에게 숨통이 트이는 그런 날이었다.
그런 날 난 또 결국 아이의 숨통을 막아버린 것 같은 일을 하고 말았다.
함께 운동하고 있는 배드민턴 언니가 개인 레슨을 받는 곳에 자리가 있다며 딸아이도 시킬 생각 없냐는 제안을 받았다.
난 신랑에게 말해 셋이 한 번 구경이나 가보자고 개인 레슨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로 이끌었다.
딸아이는 낯설어하고 있었다.
그런 아이에게 신발과 옷을 갈아입히고 코트에 서게 했다.
쭈뼛쭈뼛하던 아이는 코트 위에서 열심히 뛰었다.
딸아이에게 물었다.
‘개인 레슨 받아 볼래?’
쭈뼛쭈뼛 고민하던 아이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에 사교육이 하나 더 느는 순간이었다.
오늘 아침 매일 같이 해오던 스마트 학습을 하던 딸아이가 짜증을 냈다.
‘왜 짜증을 내.’라고 묻자 잠이 와서 짜증이 난다고 했다.
난 달래기는커녕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그만두자.’라고 말했다.
스스로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더 잘하려면 하기 싫은 것을 참고해야 한다는 걸 아는 딸아이의 마음을 이용한 반어법 같은 나의 반격이었다.
참 못난 엄마의 순간이었다.
지금 나의 딸아이에게 사私교육은 사死교육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무섭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