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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koN Nov 30. 2018

네덜란드 국경일을 들여다보다

5월 4일과 5일, 추모와 해방이 연결된 국경일

네덜란드에는 참혹했던 전쟁의 슬픔과 다시 찾은 자유의 해방을 연이어 느낄 수 있는 국경 행사가 있다. 한국 국경일로 말하면 현충일과 광복절이 하루 차이로 치러진다. 

5월 4일 저녁 8시의 묵념으로 추도를 하기 위한 추도식이 열리고 있는 암스테르담 담광장. 기념비를 중심으로 행사가 치러진다.

5월 4일 현충일

5월 4일은 현충일(Nationale Dodenherdenking) 참혹한 전쟁, 갈등, 이별과 죽음.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을 기리며 쓸쓸한 그들의 모습을 상기하며, 지금의 자유를 누리게 하기 위한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저녁 8시가 되면 2분간 지금의 자유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위한 묵념을 한다.  


1차 대전은 중립국으로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비켜갈 수 있었지만 2차 대전은 네덜란드에도 뼈아픈 상처를 남긴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정착하고 있었던 네덜란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기에 네덜란드의 현충일과 광복절은 주목할만한 국경일이다.


현재 네덜란드 국민들 가운데 현재 (2018년 5월) 해방을 맛본 사람들은 인구의 약 12%가 경험했다고 한다. 그들 가운데 치열한 전쟁의 현장에서 생존한 사람이 약 5% 정도는 될 것이라고 네덜란드 통계청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은 줄어들지만 전쟁이 인류에 얼마나 처절한 상처를 남기는 지를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깊이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전쟁을 치른 세대의 숙제이다.  

 

국경일 행사에 참석중인 재향군인들


왕국을 유지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5월 4일은 조기를 게양하고 오후 8시에 암스테르담 담 광장에서 국립유공자들을 위한 기념행사가 치러진다. 담광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서라도 모두 기념행사에 집중한다. 통계에 의하면 10명 중 8명은 현충일을 기억하고 오후 8시에 2분간의 순국선열들을 위한 묵념에 참가하려 한다.  

5월 4일 8시가 되면 2분간 묵념을 위해 대중교통까지 정지된다.  

5월 4일 오후 8시의 묵념을 위해 미디어에서는 2분간의 묵념이 가지고 있는 추모의 뜻을 다양한 형태로 홍보한다.  

현충일을 위한 다양한 행사 가운데 전쟁이 소용돌이 속에서도 살아남은 늙은 전사들이 군복을 입고 행군하며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 행사는 볼 때마다 진한 감동을 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자손들이 대를 이어 행사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는 이미 지난 것이고 해를 거듭할수록 기억 속에서 흐려지거나 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왜 우리는 2분간 묵념을 해야 하는가? 왜 우리는 그들을 추모해야 하는가?”는 네덜란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일깨우게 하기 위한, 앞으로 결코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깊은 각오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8시 침묵을 위한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는 담광장, 해마다 어린 세대의 추모시 낭송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1986년 생으로 올해 서른두 살인 네덜란드 작가인 데인 히러르마 반 보스( Daan Heerma van Voss)는 2년 전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뒤 전쟁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경험하지 못한 전쟁에 대한 자신의 가치는 그의 작품을 통해 기록되고 있다. 그는 올해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를 대표하여 담광장의 기념식이 시작되기 전 뉴케르크의 강연에서 2분간의 묵념의 의식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가 기억을 할지라도 과거는 사라진다. 흐릿하게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우리는 불의에 저항했던 의미를 깊이 새겨보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2분간의 침묵이다. 2분 동안의 묵념은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저항의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장치를 국가적으로 마련하여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하는 장치는 보다 나은 네덜란드를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 땅에서 전쟁이 종식되고 다시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되기까지 헌신과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그들의 이야기를 세대를 이어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날, 네덜란드의 현충일 행사는 장엄하다. 

전쟁과 핍박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보은의 마음을 전하는 행사도 곳곳에서 진행된다. 유공자들에 대한 네덜란드의 경의는 국가를 지탱하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암스테르담 담광장의 공식 행사 외에도 전쟁 희생자들을 위해 세워진 네덜란드 곳곳의 전쟁 기념관과 기념비에서는 추모 행사가 개최된다.  

2차 대전의 상처를 그대로 남겨놓은 네덜란드의 수용시설로 남겨진 곳에서도 행사가 진행된다. 붸스트 브로크(Westerbork) 수용자 캠프에서도 행사가 진행되는데 이곳은 <안느의 일기>를 쓴 안느가 암스테르담에서 이곳을 거쳐 간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5월 5일 해방의 날 축제 네덜란드의 중심주인 오브라이쎌의 주도시 쯔볼러


5월 5일 광복절  

5월 5일은 해방의 날(Nationale Bevrijdingsdag) 바로 광복절이다. 고된 속박과 서럽고 참혹한 전쟁에서의 해방을 선언한 날을 기념하고 전국의 14개 도시에서는 축제가 이어진다. 하루 사이 과거에 극과 극을 오갔던 그 시간을 뼈 속 깊이 느낄 수 있도록 후세에서 하루를 간극으로 절망과 환희, 슬픔과 기쁨을 맛볼 수 있기에, 네덜란드의 광복절은 해마다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매 해 해방의 날 행사의 자유 대사로 뽑힌 공연자들은 군사용 헬기를 이용하여 축제가 열리는 도시로 이동한다. 

5월 5일 행사는 그 전 날의 장엄함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유를 한껏 즐기기 위한 분위기로 네덜란드 전역은 축제로 바쁘다. 네덜란드 14개의 도시에서 해방 축제가 열렸다. 그리고 해마다 이 행사의 자유의 대사로 뽑힌 음악인들은 헬기로 각 행사장을 이동하면서 공연을 한다. 올해 해방 축제에는 100만 명의 시민들이 축제를 즐겼다.  

국왕 부부가 참석하여 시민들과 함께 해방의 기뻐하는 콘서트가 열리는 암스테르담 암스텔 콘서트

광복절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암스텔 콘서트이다. 암스텔 수로의 야외 콘서트장에는 국왕 부부와 해방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동참하는 화려한 콘서트가 해마다 치러진다. 올 해는 콘서트의 음악을 이끈 로테르담 필하모니와 네덜란드의 유명 음악인들이 이 콘서트의 품격을 더했다.   

네덜란드의 현충일과 광복절은 사라진 과거, 하지만 추모하고 기억함으로써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국경일 행사이다.

행사의 막바지, 지속된 자유를 열망하는 글귀가 선명하다. 자유의 고귀함을 해마다 느끼게 하는 암스텔 콘서트 행사

이 나라 사람들은 최고가 되기보다 지금보다 나은 사람들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이 상황이 어렵거나 힘들 때 하는 말이 있다. 다 잘될 거야! (Alles komt goed!) 

그래, 지금은 어렵지만 반드시 지금보다 나은 날이 올 것이야. 우린 그래서 좌절하지 말고 지금보다 나은 내일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고 꾸준히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야. 최고인 사람에게는 좋아질 거야 잘 될 거야라는 말이 필요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다 잘될 거야, 좋아질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얼마나 귀한 힘이 되는 말인가! 네덜란드의 역사에서 황금시대로 기록되어 있는 시기는 제국주의 시대였고 수많은 약자들을 괴롭히는 과거도 있다. 그 반대로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프랑스의 식민지이기도 했으며 2차 대전에는 독일의 침략으로 주권을 잃은 나라 이기도하다. 지나온 역사 속에서 잘못된 것이던 잘된 것이던 후세는 기억해야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반성과 기억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경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하는 네덜란드 국경일 들여다보기며 나라마다 다른 국경일, 네덜란드의 현충일과 광복절 국경일에 치르는 행사를 보면서 그 나라의 지향하는 가치가 엿보인다.



사진출처: 5월 4일 5일 국경일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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