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마.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2016년 6월 16일, 배급사 엣나인필름과 함께 개봉한 <우리들>은 두 명의 초등 여아들이 관계의 경계선상에서 서로의 존재와 의미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2016년 상반기 한국 다양성 영화 TOP3에 등극하며 같은 해 9월까지 장기 상영된 <우리들>은 개봉 직후부터 종영까지 ‘동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꼭 한 번씩 봐야하는 영화’라는 극찬을 받았는데, 그 결과 전국 251개의 스크린에서 약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5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일부 독립예술영화관에서는 한두 회차씩 상영되고 있는데, 이는 위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가치를 입증하는 바이다. 여기서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펼쳤기에 <우리들>은 당시 치열했던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에서 꾸준히 3~6위의 순위권에 머물며 흥행의 가도를 달릴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조사 결과, <우리들>의 홍보를 위한 배급사 엣나인필름의 마케팅 전략은 아래의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영화 <우리들>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과 다수 영화제 출품 및 수상의 이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마케팅 특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윤가은 감독은 단편 <콩나물>로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후 그녀의 첫 장편 <우리들>은 2016년 2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케이플러스부문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최초 공개되었다. 이로써 ‘베를린의 총아’라는 수식어를 획득하며 영화계의 이목을 끈 윤가은 감독의 당시 신작 <우리들>은, 개봉 이후 53회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3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56회 졸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최우수 어린이배우 주연상 및 대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적으로 많은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각종 언론 매체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로,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릴레이 GV상영회와 개봉 이전에 가진 언론시사회에서의 이례적인 박수갈채에 대한 보도는 영화의 뛰어난 작품성을 피력하며 흥행성을 예고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관객과의 잦은 만남으로 인해 발휘된 긍정적인 SNS 리뷰는 미관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입소문 효과’를 나타내게 하였다. 예시로, 같은 달 10일에 CGV압구정 아트하우스에서 GV상영회를 진행하며 개봉 이전부터 다양한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고, 배급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개봉 전후로 하여 매달 릴레이 GV상영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우리들>은 개봉 이후 이동진 평론가,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 등 저명한 영화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는데, 같은 달 17일 CGV압구정에서 진행된 이동진평론가와 윤가은 감독의 시네마톡은 스토리의 심도 깊은 해석과 감독의 의도를 대중들로 하여금 알게 하고 1차 관객으로 하여금 되새기게 하며 영화 관람 및 재관람으로 이들을 유도하였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초기 관객들의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SNS 리뷰는 입소문으로 이어져 모방관객과 다수결을 신뢰하는 관객들 즉 2·3차 관람객들의 관람을 유도하였고, 개봉 7일 만에 1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며 관객이 만들어낸 네트워크 효과의 저력을 입증하였다. 세 번째로, 배급사 엣나인필름이 운영하는 독립예술영화극장인 아트나인에서 열린 특별상영 추가오픈 이벤트 등의 단발성 이벤트 및 동시다발적 예매 매·현장·온라인 등의 이벤트는 영화의 특정 관람객 층과 새롭게 유입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영화의 N차 관람과 적극적인 온/오프라인 상의 홍보를 가능케 하였다. 예시로, 관객 수 3만 명이 달성되었을 때 기념 굿즈로 배포된 부채를 들 수 있다. 이는 입소문의 결과 극대화된 효과의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강남역 살인사건, 제주도 성당 살인사건, 묻지마 폭행 등 각종 사건사고의 발생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경계와 불신이 만연해졌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영화 <우리들>은 따듯한 소통의 중요성과 우정의 연대를 피력함으로써 불통과 외로움 등의 결핍을 완화시켜주었다. 이는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상징적 메시지의 의의와 더불어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공감대의 형성이 가능하다는 내부적 분석과 당시의 사회상을 파악하여 관객에게 영화가 휴식의 의미로써 다가가게끔 했던 외부적 분석의 결합이 최상의 마케팅 포인트를 창안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왕따 주제에. 왕따 같은 짓만 골라서 해요.” “어린애들이 힘들게 뭐가 있어. 그냥 놀고 하면 되는 거지.” 위 두 대사는 영화 <우리들>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처지와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입장을 단편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 ‘이선’은 영화의 시작부터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는 인물로 묘사되며 관객들로 하여금 학급 내에서 소외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던 일들로 쉽게 배척받고 주눅 들던 ‘이선’의 모습은 또 다른 주인공인 ‘한지아’의 등장으로 여느 또래들의 모습과 같아지고 그녀 역시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개진할 줄 아는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관계가 형성될수록 드러나는 환경적·경제적 차이는 여름방학 이후 둘의 사이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서 두 주인공은 거듭되어 마주치는 우연과 의도적 상황과 더불어 제3자에 의한 거짓 소문의 기정사실화, 비밀의 만연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악의가 쌓여가고, 이는 왕따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를 구별할 수 없게 만든다. 즉 ‘이선’과 ‘한지아’ 모두 학급 내에서 따돌림을 받게 되는데, 영화는 초반에 등장했던 피구를 후반에 다시 한 번 더 연출하며 ‘이선’과 ‘한지아’ 사이의 관계 변화를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영화 <우리들>은 팔찌, 봉숭아물, 매니큐어, 오이김밥, 색연필 등의 요소들을 ‘여름방학 전후’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열하여 두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변화와 관계의 변화를 드러낸다. 위 요소들은 각자가 느끼는 결핍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과오로 인해 발생한 갈등의 결과로 극 초반과 후반 그 의미를 달리 하게 된다. 즉 상대적 가치 간의 대립이 심리적·물리적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돌림이 시작되거나 더 심해진 것이다. 이는 상처받기 싫어하는 두 주인공들에게만 상처를 가하는 서로와 주위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어쩐지 이들에게서 마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네들의 모습이 보인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들의 관점 속에서 사회적 공동체 내에 은근히 존재하는 따돌림의 형상이 짐작되고 발견되는 것이다. 때문에 관객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과거를 추억하며 마냥 깊은 감상에 젖어 있을 수 없으며, 두 주인공의 말과 행동, 생각에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게 된다. ‘미성년의 시간이 지나 자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성년이 되어버린 지금도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렵고 낯설기만 한 법인데, 하물며 아직 초등학교 4학년인 두 주인공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두 주인공들의 행태를 비난할 수만은 없다. 관계란 사소함 위에서 형성되고 무너지는 것인데, 이들은 미성숙 자아인데다가, 누구에게나 타인을 향한 배려와 존중은 개인의 선의의자 호의이지,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 ‘한지아’에게 내미는 ‘이선’의 손길은 애초에 공백이 아니었던 그들의 관계에 여백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다시 형성된 우정의 연대를 의미하며, ‘이선’의 동생인 ‘이윤’이 “그럼 언제 놀아?”라고 말했듯 우정이란 수단이자 도구가 아닌 서로의 곁에 떳떳하게 온전한 자신으로 있는 것 자체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