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너와 나에게 전하는 따듯한 위로와 담대한 희망의 내일을 예고하는 영화

by 별빛

막내의 “우리가 무서운 거는 해고예요.”와 정은의 “해고든 사망이든 그게 뭐가 달라요.”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에서 위 두 주인공들이 겪는 고용불안의 현실과 불합리, 그리고 직장 내에서의 안전한 자리보전이 삶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야기한 인간의 도구화를 지적한다. ‘정은’은 성실히 근무했던 직장 내에서의 부조리한 처사로 인해 1년 간 하청업체로 발령을 받아 파견을 나가지만, “여기 당신 자리는 없어요.”라는 소장의 대사로 그녀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과 같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본인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을 다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매일을 버티는 듯 살아가는 그녀에게, ‘막내’는 덤덤한 태도로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그러나 송전탑 수리 중 불의의 사고로 막내는 사망하게 되고, 정은은 한 인간의 사후를 서류로써 처리하는 본청에 인격적 처우를 요청하며, 현대 신자유주의로 인해 파생된 인간 존엄성의 파괴와 그 속에서 삶을 잇기 위해 일방적으로 부당한 현실을 순응당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후 정은은 막내가 잠들어 있는 공간과 전기 공급의 중단으로 인해 일상의 불편함을 겪고 있던 섬 마을 사람들을 위해 또다시 세상으로부터 해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송전탑에 올라 자신의 일을 한다. 영화는 마지막, 과거 막내의 당부에 따라 세 번 확인한 로프 덕분에 전선에서 낙하하지 않고 버틴 정은, 송전탑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부모와 동기,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로부터도 해고를 당했으나 나만큼은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말하는 정은의 모습을 통해 담대한 희망의 내일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버텨내는 삶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삶을 살아가겠노라 선언하는 정은의 모습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관객에게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로써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식을 촉구하는 환기성 영화임을 알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보았던 ‘어글리 후드’라는 네이버 웹툰에 나온 대사를 인용하여 알 수 있는 위 영화가 외치고자 하는 근본적인 주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하며, 어떠한 생명도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은 소중하며, 존중받아야 한다. 당연하고, 어쩌면 진부하게 들리는 이 말을 현대 사회의 우리들이 끊임없이 외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인간과 생명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냉정하고도 잔인한 현실 아래 놓인 수많은 노동자들의 오늘은, 내 일을 하며 내일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정은이 영화 초반 송전탑을 위가 아닌 아래만을 보며 올라가려 한 것과 마찬가지로, 권리는 보장되지 않으면서 책임의식과 의무만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아래 건조해진 사회는 노동자들에게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삶을 예고한다. 그러나 막내의 조언으로 위를 보며 송전탑을 올라갈 수 있게 된 정은과 같이, 영화는 이미 밑으로 추락한 이에게 그곳의 현실만을 바라보며 체념하고 포기하지 말고, 위로 올라서는 것이 무섭고 다시 떨어질까 두려울 지라도 그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요,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방향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의 소모품화, 고용불안의 현실, 직장 내 성차별 및 은연중에 남아 있는 학벌 중시 풍조, 노노갈등 등을 유발하는 비인간적 시스템 내에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구성원들 간의 경계심과 벽을 만들어버린 사회를 비판함과 동시에, 막내와 정은의 관계와 같은 연대 아래 개인의 정체성을 찾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목적 즉 ‘직업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게 한다. 시소를 보면, 위로 올라갈 때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때도 있다. 즉 아래로 내려가면 다시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려가고 올라가는 것, 이와 같은 어찌 보면 당연한 진리를 우리 사회는 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2021년 1월 28일 영화사 진진의 디지털 배급 아래 개봉되었다. 위 영화는 ㈜진흥전기공업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스토리 자문 아래, 2017년도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장편/저예산영화 제작지원·2018년도 경기콘텐츠진흥원 제작투자지원·2019년도 전주 영화 후반 제작지원·2020년도 경기 인디시네마 배급지원 등을 받으며 제작되었다. 그리고 2021년 1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최고의 화제작/2021 최고의 아트버스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은 극장 개봉 이후, 1주차 관객과의 대화 전석 매진 및 개봉 첫 주말 1만 관객 돌파의 흥행성을 보인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그렇다면 어떠한 마케팅 전략으로 누적 관객수 18,603명을 동원하였을까? 영화 홍보를 위한 마케팅 포인트로써 ‘영화제 수상’만큼 훌륭한 수단은 없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역시 앞서 언급했듯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인 평단의 극찬과 더불어 ‘막내’를 연기했던 배우 오정세의 배우상 수상이 화제가 되어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위 영화가 <동백꽃 필 무렵>과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대중에게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가 출연했다는 사실과 함께 오정세 배우에게 영화에서의 첫 연기상을 선사한 작품이라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마케팅에의 외적 콘셉트를 확립하였다. 뿐만 아니라 홍보·마케팅을 위한 선재를 통해 알 수 있듯, 위 영화는 이태겸 감독 ‘한국의 켄 로치’라 선언하며 그의 탄생을 알리는 기념비적 의의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가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에의 주제의식을 연상시키는 리얼리즘 소재의 현실 공감이 가능한 드라마 장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즉 <미안해요, 리키>를 관람했던 관객을 소재와 장르의 유사성을 통해 자연스레 관람을 유도함으로써 잠재 관객에 대한 홍보·마케팅을 진행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영화의 주제의식은 ‘매일이 불합리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자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주인공 ‘정은’과 극의 전개에 따라 보이는 변화의 양상을 내적 콘셉트로 확립하였다는 점이다. 먼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박정은’이라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영화로, <야구소녀>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잇는 여성서사 및 여성주연의 영화라는 것은 남성배우를 주축으로 진행되었던 영화계가 변화된 사회적 흐름에 맞추어 간다는 바를 시사한다. 또한 <카트>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잇는 실재해서 더욱 울림 있고 외면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위 영화가 ‘사회파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사회적 이슈와 ‘영화’라는 콘텐츠가 결부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소셜 임팩트의 효과를 기대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하였다. 또한 위 영화의 공개된 온앤오프 스타일의 포스터는 두 주인공의 출근길과 휴식 시간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우리들의 내 일 있는 내일을 위해’라는 카피를 통해 담담하게 우리네 현실을 다룬 영화임을 드러냄으로써 관객들의 공감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2021년 1월 새해에 개봉되었는데, 이는 영화 속 정은이 지난 삶을 리셋하고 새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의지가 코로나19로 지친 관객에게 투영될 수 있는, 즉 위로가 위로로써 다가갈 수 있는 적절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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