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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Dec 28. 2021

경주마

나랑 있으면 심심하지 않지? 

남편한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지난번에 당신 목걸이 산 거, 배송지가 이사 오기 전 집으로 돼 있어서 그쪽으로 배송이 된다나 봐. 그래서 내가 3층 부모님 댁에 맡겨달라고 부탁했어.'' 

이 메시지를 읽은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 메시지를 자세히 읽을 마음도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어서 빨리 그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한다. 그전까지는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서둘러서 나갈 준비를 하고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나는 이미 10분 거리에 있는 시부모님 댁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서 나는 시부모님 댁에 도착했다. 

''어머님, 저 왔어요.'' 

''어, 여보, 주연이 왔는데?''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무슨 일 있어?'' 

나는 부모님이 생일 선물로 주신 용돈으로 목걸이를 샀는데 그 목걸이 배송지가 이쪽으로 돼 있어서 목걸이를 찾으러 왔는데 마침 부모님 드릴 과자도 있어서 챙겨 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내가 애타게 찾던 녀석이 얌전하게 들어있을 상자가 보이지 않았다. 

''아버님, 혹시 택배 온 거 없어요?'' 

''없는데.'' 

내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 

'그렇다면, 배송하시는 분이 남편 문자를 못 보고 우리가 예전에 살던 집으로 배송을 했는데 마침 그 집에 사는 분이 택배 상자를 빨리 보는 바람에 벌써 택배를 들고 집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 일이 복잡하게 됐는걸?' 

서둘러 남편한테 전화했다. 

''나 지금 부모님 댁에 왔는데 택배가 없어. '' 

''뭐야, 메시지도 자세히 안 읽어보고 간 거야? 2시에서 4시 사이에 도착한다고 해서 내가 부모님 댁에 맡겨달라고 했는데.'' 

''어? 아... '' 

난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앞 뒤 안 보고 원하는 정보만 날름 입력한 후에 바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 같은 사람 말이다. 

잠시 후에 남편한테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와, 진짜 빠르네. 그새 거기까지 가고.'' 

''난 그저 나의 소중한 아이를 어서 빨리 보고 싶었을 뿐이야.'' 

*사진은 2011년 즈음 러시아로 교수법 연수를 갔을 때 연수 온 다른 나라 교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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