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내가 사물을 대충 보고 실수를 한 경우는 열 손가락을 넘어설 정도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 진짬뽕이라고 생각하고 사 온 것이 진라면이었던 적도 있는데, 그 무렵 남편은 이미 놀라지 않았다.
-여보, 왜 진라면을 산 거야?
-뭐?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뭐라고 생각하고 넣은 거야?
-난 진짬뽕이라고 생각하고 집었지.
-이젠 놀랍지도 않아.
사실 늘 궁색한 변명이자 핑계라고 생각하면서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은 '바빠서'이다.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러시아 소설을 번역하며,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고, 회사일까지 하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을 대략 30시간쯤 된다고 생각하면서 사는데, 잠도 많고 끼니를 거르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움직이면서 하루를 알차게 사용한다. 일에 있어서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그런지 일상생활에서 실수를 자주 한다. 경제 활동 외에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집안일을 할 때도 실수를 하지만, 그럴 때마다 미안해하면 내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것이므로 어느 순간부터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한 번은 딸이 원하는 양말을 찾는다며 자기 양말이 있는 서랍을 이 잡듯이 뒤지면서 묻는다.
-엄마, 제 양말 어딨어요? 이게 다예요?
-응, 잘 찾아봐.
-어, 내가 신고 싶은 양말이 없네. 어디 갔지?
-눈 크게 뜨고 찾아봐. 거기 있을 거야.
-오, 찾았다! 어? 엄마 그런데 양말이 짝짝이예요.
-어? 그럴 리가.
-정말이에요. 한 짝 그림은 분홍색 바탕에 파란색 점이 있는 거고, 나머지 한 짝은 분홍색 바탕에 초록색 점이 있잖아요.
-아, 정말 그러네.
-양말이 이렇게 짝지어져 있어도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되겠어요!
-엄마가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리고 그거 신고 가도 모를걸? 비슷하잖아.
-티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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