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결혼 13주년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여보,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무슨 선물을 해줄 거야?
-갖고 싶은 걸 말해봐.
-아주 무난한 금반지나 하나 살까? 손가락에 바른 듯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아주 겸손한 반지가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회사 제휴몰에 포인트 많으니까 하나 찾아봐.
-유후! 그런데 우리 결혼 몇 주년이지?
-13주년이잖아.
-그래? 그럼 10주년을 지났다는 얘긴데. 10주년 때 내가 뭘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나네.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인상 깊지 않았다는 거고, 그렇다면 13주년 선물이라도 괜찮은 걸 받아야 하지 않을까? 나한테 다이아 반지가 있나?
-당신 액세서리는 주기적으로 사잖아. 알았어. 어차피 회사 제휴몰에 포인트로 사면되니까 골라봐.
-이참에 작은 다이아라도 박힌 반지를 사볼까 싶어.
-사든가.
이렇게 해서 거의 2주 동안 손가락에 바른듯한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것 같은 다이아반지를 찾아서 구매까지 했지만, 이틀 후에 남편은 업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남편은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은 톤으로 전화 통화를 했고,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귀를 쫑긋했다.
-저,... 반지 주문하신 분이죠?
-네,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요즘 금값이 너무 올라서 그 금액으로 할 수가 없어서 취소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전화 통화가 끝난 후에 남편이 말했다.
-여보, 주문한 반지 금값이 너무 올라서 취소한대.
-헐. 내가 그 반지를 얼마나 오랫동안 고른 건데... 또 찾아야 하나?
이렇게 또 꼬박 1주일 동안 나는 또다시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겸손한 다이아반지를 찾던 중 드디어 내 마음에 드는 반지를 찾았다.
-여보, 이 반지가 더 싼데? 나 이걸로 할게. 장바구니에 넣어뒀으니까 그걸로 해줘요.
-알았어. 오. 10만 원이나 더 싼데?
-심지어 디자인도 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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