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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Mar 02. 2024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노벨문학상 수상 후보)4

커다란 초록 천막 2 (인상 깊은 문장들 1) 

 언니 레나는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교 졸업반이었는데, 그곳에서는 오히려 장군집 자제들이 무척 인기가 많았다. 특히 여학생들이 그랬다. 그들은 모두 취직도 하기 전에 재력이 비슷한 남자와 결혼했다. 당시는 이런 유의 결혼이 장려되던 시기였다. 여자아이들은 아무도 출세에 관심이 없었고 외교관들은 대학 교육을 마친 부인들을 원했다. 

 레나 앞에 교내 최고의 남자 동기와 선배들이 거의 줄을 서다시피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들을 두고 아내를 얻은 뒤에야 서품을 받는 정교회 신부들 같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다. 실제로 이런 커플은 굉장히 좋은 곳으로 발령이 나곤 했다. p.15 

>>>>>>>>> 정교회 성직품계에 따르면 신부들은 수도성직자와 재속성직자로 나뉩니다. 재속성직자는 기혼남성이나 수도서원을 하지 않은 독신남성으로 구성되며, 수도서원을 독신남성은 수도성직자가 됩니다. 


"아버지는 가택수색을 해서 몰수한 책을 보실 수 있었어요. 친구들이 해외에 갔다가 들여온 것도 있어요. 아버지는 책 말고도 동전, 지폐, 우표 등도 수집을 많이 하셨어요.'' (p.25) 

>>>>>>>>> 소련 시대에는 대부분의 양서가 검열에 걸려서 출간되지 못해서 '사미즈다트'(국내 자가 출판)와 '타미즈다트'(해외 출판)의 형태로 출간된 작품들을 당국의 감시를 피해서 많이들 읽었고, 가택수사를 당해서 몰수를 당한 책들이 무척 많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몰수된 대다수의 책은 양서였고, 이렇게 몰수한 책들을 간부급 관리들이나 장군들이 읽었습니다. 


보리스는 한 손가락으로 우아하게 반원을 그리는가 싶더니 손가락이 천장 쪽을 향한 곳에서 멈췄다. '엿듣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p.34) 

>>>>>>> 소련 시대에는 전화도 도청이 됐고, 심지어 천장을 통해 누군가가 집에서 나눈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된 사람들은 나름대로 도청을 피할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보리스 이바노비치는 고작 2년형을 받았는데 그것도 '포르노그래피 유포'라는 명목으로 잡혀 들어간 것이었다! 반공적 콜바사도 소시지로 만든 레닌 묘도 아니고 다진 콜바사로 만든 머리 옆에 잘려나간 한쪽 귀를 포크로 찌르고 있는 지도자의 초상화 때문도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의 죄명은 포르노그래피였다! 게다가 소련 시대에는 포르노그래피 유포라는 죄로 감옥에 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사례가 소련 역사상 최초가 되었다. (p.72) 

>>>>>>>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인해 4년 동안 도피 생활을 하던 사람이 도피 생활 중 결국 붙잡혀서 도피 기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2년형을 받았는데, 그것도 자신이 피해 다닌 이유와 전혀 다른 죄목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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