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런 농담 싫어한단 말이에요...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by 승주연


생일 선물


카카오톡을 보다가 우연히 동료 원어민 강사의 생일 알림이 떠있어서 그 동료에게 카톡을 생일 축하한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동료는 사실 알림이 잘못 뜬 거라고 했다. 생일은 11월에 이미 지났다고 했다. 그래도 생일을 못 챙긴 것도 미안하고,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해서 나는 그래도 선물을 보내고 싶다고 주소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괜찮다는 동료를 설득해서 주소를 받아낸 나는 우리가 물건을 자주 사는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열심히 검색을 하다가 맛있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발견했다. 선물은 자고로 내가 좋아하는 걸로, 내가 먹고 싶은 걸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지라, 나는 그 아이스크림을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주문은 보통 남편이 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배송지 주소와 받는 사람 이름, 전화번호를 넘겼다. 딱 거기까지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동료의 생일을 늦게나마 챙겼다는 안도감과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동료와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여보, 농담이죠?


그런데 문제는 동료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문한 날 우리가 먹을 과일이며, 내가 입을 슬립 등도 같이 주문했다. 사실 거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겠으나, 진짜 문제는 배송지가 최종 배송지로 변경된 것을 모르고 남편이 그 주소, 그 이름으로 우리 물건도 주문한 것이었다. 그다음 날 아침 나는 남편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 어떡하지?’’

''왜?’’

''어제 주문한 거 죄다 그 집으로 갔다.’’

''누구 집?’’ (이때까지는 사태를 파악 못 하고 천진난만했음)

''당신 동료 집. 아이스크림 보낸 집 말이야.’’

''에이, 설마. 농담하지 마요. 난 그런 장난 싫어한단 말이에요.’’

''진짜야. 당신이 확인해봐.’’ (이때부터 나와 내 수화기의 표정이 굳어짐)

''도대체 몇 개를 시킨 건데요?’’

''당근, 자세교정 벨트, 사과, 냉동피자, 슬립, 메로골드, 커피.’’

''헉. 잠깐. 사과는 아직 배송 전이라 주소 변경 가능할 것 같고.’’

''냉동 피자도 아직 배송 전이라 가능할 것 같은데.’’

''나머진 이미 배송 시작해서 안돼.’’

''사과랑 냉동 피자만이라도 살려봐야죠. 당신이 주문했으니 빨리 연락해봐요.’’

''사과는 농장에 직접 연락해서 배송지 변경했어.’’

''냉동피자는요? 냉동 피자는 난감한데. 얼었다 녹았다 하는 것도 안 좋을 거고. 배송되는 날짜가 또 너무 늦으면 찾으러 가기도 그렇고. 이건 무조건 취소시키거나 배송지 변경해야 해요.’’

''정 안되면 그 집에 얘기해서 그냥 먹으라고 해야지 뭐.’’

''헐, 그 집 엄마 요리 잘하시는데. 아무튼, 최대한 취소해봐요.’’


이때부터 우리 부부는 온통 택배와 관련된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그 동료 카톡에 러시아어로 상황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뒀어요.’’

''다 도착하면 한꺼번에 가지러 가야지 뭐.’’

''피자는 연락해봤어요?’’

''상담실에 문의 중이야.’’

''지금 상담 중이야.’’

''변경 가능할 듯.’’

''휴, 그나마 다행이에요. 피자 취소하고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이야.’’

''30분 후에 알려준대.’’

''그냥 취소하지.’’

''발송됐으면 취소도 안됨.’’

''그 강사는 결혼했남?’’

''아뇨.’’

''그나마 다행이군. 결혼했으면 더 민망했을 듯.’’

''한국 사람?’’

''러시아 사람.’’

''피자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하고.’’

''나머지 물건들은 오늘 중에 다 도착할 것 같은데.’’

''내일 저녁에 수원에 갔다 와야 할 판이네.’’

''동료 얼굴도 보고 좋겠네.’’

''동료 얼굴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나저나 그쪽에선 뭐라 해?’’

''부쳐주려고 했대요.’’

''그 많은 걸? 그건 아니지.’’


결과적으로 냉동피자는 취소 처리됐고, 사과는 배송지를 변경했고, 주문한 물건 5개 중 총 4개가 도착한 상황에서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4개라도 가지러 갈지, 5개가 모두 도착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동료의 집 문을 두드릴지 말이다. 아무리 택배가 급해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동료의 집에 택배를 가지러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이브 저녁에는 아무도 집에 없다고 해서 우리는 부랴부랴 23일 저녁에 택배를 찾으러 가기로 약속을 했다. 게다가 다행히도 아직 도착 전인 택배는 캡슐 커피라 상하는 건 아니었다. 만약 된장이나 청국장, 생선이나 해산물을 주문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나마 그때 우리가 주문한 물건들은 그래도 잘 상하지 않는 과일이나 야채 정도였고, 냄새가 나는 식품도 아니어서 아주 민망하거나 불편한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감에 위로를 받았다.









산딸기잼.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