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에 한국에서 역서가 출간되다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1937년생으로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엔지니어 가정에서 태어났다. 전쟁을 피해 우랄 지역으로 피난을 떠났었으며, 레닌그라드에 있는 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모스크바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음악학교 피아노 교사로 일했다.(1961-1963) 피아노 교사로 일하면서 그녀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교 시나리오 학부에 입학했다. 음악과 영화와 관련된 다소 독특한 이력은 그녀의 소설 집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1964년 단편 소설 ‘거짓 없는 하루’를 발표하면서 등단하게 된다. 1969년에는 첫 단편 소설집 ‘없었던 것에 대해’가 출간되면서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비평가 피로고프는 ‘토카레바는 윤기 있는 글쓰기와 전문적 열정을 보존한 작가 정신으로 ‘문학의 상업화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한 작가’라고 극찬했으며, 유리 나기빈이라는 소설가는 ‘ 토카레바에게는 나쁜 소설이 하나도 없다. 매우 빛나고 좋은 것만 있다’고 했다.
1970년부터 1980년대에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에 주력했다. 1968년 ‘문학 수업’을 시작으로, 영화로 제작된 대다수의 작품이 이 시기에 발표됐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토카레바의 전성기는 1990년대에 찾아오는데, 이때 작가의 소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러시아 내에 ‘토카레바 붐’을 일으킨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주인공들을 내세워 토카레바는 많은 독자들과 세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고, 대부분의 작품이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 작품집들은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재출간되고 있고, 수많은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물론 그녀의 작품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및 출간되었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감스럽게도 2009년에 ‘’ 눈사태’’라는 작품이 출간되고, 해당 도서가 2017년에 재출간되었을 뿐 토카레바의 작품은 국내에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가 번역한 ‘ 티끌 같은 나’가 올해 3월에 극적으로 출간되었다.
일본 평론가 모끼꼬 오야마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다.
“빅토리아 토카레바는 서두르지 않고 독자들에게 자기 스스로에게 그러듯이 작게 속삭인다. 그래서 우리가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 우리는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경험을 상기하여 괴로워한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토카레바의 단편소설로 수업을 하셨고, 내게 러시아어를 처음 가르쳐주신 교수님이 토카레바를 무척 좋아하신 덕분에 빅토리아 토카레바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빅토리아 토카레바 앓이 혹은 가슴속 깊숙이 토카레바 소설을 번역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게 되었다. 토카레바는 러시아 문학이 어렵고, 무겁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 작가이며, 인생의 다양한 진리를 깨우치게 도와준 작가이기도 하다. 대학교 재학 시절에 내가 아무리 러시아어를 열심히 한다 해도 러시아에 대한 지식과, 러시아어 실력 자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당시 ‘토카레바 소설을 번역하고 싶다’는 내 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꿈은 영원히 묻히는 듯했다.
러시아 전문 팟캐스트 ‘보드카 먹은 불곰’이 해마다 정기적으로 러시아 관련 인사들을 초청해서 ‘한러 청년 포럼’을 개최하는데, 그곳에서 나는 우연히 한 기획사의 이사님을 알게 된다. 나는 원래 궁금하면 앞뒤 생각 없이 밀어붙이는 타입이라, 주최 측에 부탁해서 이사님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이사님께 연락했더니 이사님도 나를 기억하신다고 했다. 그러자 이사님이 사무실에 놀러 오라고 주소를 알려주셨고, 나는 약속한 시간에 사무실에 찾아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해당 회사에 출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침 편집장님도 자리에 계셔서 얼떨결에 편집장님과 삼자대면을 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나는 주저 없이 정치 색도 거의 없고, 러시아 내에서 인지도도 상당한 빅토리아 토카레바를 추천했고, 편집장님으로부터 기획안을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부랴부랴 기획안을 만들어서 편집장님께 보냈고, 결국 토카레바 중단편집을 출간하기로 했다.
당시 나는 한러 소설 번역을 13년째 해오고 있었고, 번역 기획뿐만 아니라 저작관 계약에도 깊숙이 관여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저작권 계약 과정이 절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다. 출판사에서는 에이전시를 통해서 토카레바와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토카레바의 소설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는 데만 수개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힘들게 알아낸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토카레바 소설의 저작권은 러시아인 대변인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토카레바의 해외 판권은 스위스 출판사가 갖고 있었고, 한국에 있는 한 에이전시가 이 출판사와 독점 계약을 해놓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출판사가 저작권 계약을 위해서 소통했던 법인 혹은 개인은 저작권 대행 에이전시, 토카레바의 한국 내 독점권을 갖고 있는 에이전시였고, 나 역시 도움이 될까 싶어서 토카레바의 대변인, 러시아 출판사, 스위스 출판사 등에 연락을 취했었다. 결국 1년 반 만에 극적으로 저작권 계약이 체결되었다.
토카레바는 소설에서 인간의 내면을 거침없이 파헤치지만, 그렇다고 어줍잖게 독자들을 가르치려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러시아 여성 작가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쓴 소설을 또한 여성인 내가 번역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 속으로 …
티끌 같은 나
"네 옆에 잠시 누워도 될까? 그냥 누워만 있을게."
"왜요?:’’
" 온기가 필요해서. 몸이 꽁꽁 얼었어. 무덤 속에 있는 것 같아. 뼛속까지 덜덜 떨려. 진짜 뼛속까지 말이야. 정말이야…… "
" 난방을 더 세게 할까요?" 안젤라가 물었다.
" 난방의 문제가 아니야." (p69)
안젤라는 성실하고, 순박하고, 젊고, 돈맛을 모르며,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당근이 가장 달다고 생각하는 아가씨였다. (p.74)
하지만 바다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는 달에 의해서만 동요될 뿐이니까 …… (p.175)
이유
마리나가 바람피운 남편을 집에서 쫓아내려고 하자 어머니가 말렸다. "너 지금 제정신이니? 자기 남편을 남에게 주는 법이 어디 있어?"
마리나는 망설였다. 볼로치 카는 온전히 자기 남자여서 자기만 바라봤는데, 하루아침에 은밀한 부분을 포함하여 다른 여자의 다리와 눈을 좋아했고, 그래서 마리나는 속상했다. (p.184)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과 낙태라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했다. 피임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그토록 원하는 남자의 품 안에서 사랑의 결과에 대해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생각하기도 싫었다. (p.199)
"그 사람이 딱해서요. 내가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너는 어쩌고? 네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생각 안 했니?"
"그게 내 운명인가 보죠.’’(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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