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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Jan 10. 2021

제15회 번역상 수상 소감

2017년에 저와 공역자는 번역상을 수상하였답니다. 

*이 글은 번역원 매거진에 수록된 제 수상 소감의 원문이며, 번역원 매거진에는 영어로 번역된 수상소감이 수록됐습니다. 



사실 작년에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가 번역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번역상에 채택되지는 못 하고 우수 번역 도서로 선정되는 데에 그쳤을 때 사실상 번역상에 대한 기대를 접었었습니다. 저희보다 훨씬 훌륭한 번역가들이 전 언어권을 통틀어서 무수히 많은 상황에서 번역학을 전공하지도 않고, 많은 책을 번역하지도 않은 저희가 번역상을 받을 확률은 상당히 낮아 보였습니다.   


 그래서였는지 올해 7월의 어느 날 번역원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그 소식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기쁨도 기쁨이지만, 번역상 수상자라는 수식어가 앞으로 따라다니는 것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양 어깨에 짊어진 것 같은 무거운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 번역을 시작한 계기는 그저 제 이름이 적힌 역서 혹은 저서를 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첫 작품이 공지영의 ''봉순이 언니''였는데, 번역원에 샘플 원고와 무수히 많은 서류를 한 가득 서류 봉투에 담아서 제출하던 날은 비가 많이 왔더랬습니다. 저와 제 공역자는 번역지원 신청 마감일에 서류를 제출하고 힘이 풀려버린 다리를 달래 가며 허기진 것이 속인지 마음인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김밥천국에 갔었습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어느덧 김영하 선생님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작품으로 번역상을 받기까지 번역의 과정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어려움을 열거하려면 1년 365일도 모자랄 것입니다. 번역가는 사실 투명인간 같이 그 모습을 감추고 작가의 목소리를 최대한 독자들에게 왜곡하지 않고 전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승주연, 구델레바가 번역한 김영하가 아니라, 오롯이 김영하 작가만 보이도록 번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작가적 표현은 살리면서 가독성이라는 또 다른 토끼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번역상을 받기 전과 받은 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고민을 앞으로도 할 것이며, 지금까지 써왔던 책상을 오늘 당장 바꿀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정든 책상과 노트북 앞에 앉아서 아침엔 블랙커피에 베이글을 입에 문 채로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알렉산드라 구델레바씨와 저는 앞으로도 한국 문학을 러시아에 소개하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끝으로 저와 20년 이상 함께한 절친인 알렉산드라 구델레바씨, 번역원의 여러 선생님들, 번역원 원장님께도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9월의 어느 날 여전히 책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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