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자!
나는 꽤 늦게 브런치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10월 초였으니 이제 겨우 4개월 된 새내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필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인 찬스, 친구 찬스, 제자 찬스이다. ㅋㅋㅋ
새 글을 업로드할 때마다 이런 찬스를 쓰지는 않지만, 나름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얼굴에 철판 아니, 그것보다 더 강력한 것을 깔고 좋아요와 구독을 해달라고 단톡에 들이민다.
오늘도 ‘러시아 공항에서 오버차지 낼 돈이 없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업로드하고, 러시아어과 동기들 단톡 방에 글을 공유했다.
나: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브런치에 글 올려놨으니 읽어주시고…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인 거 아시죠?
친구 1: 어제 마침 안나 카레니나 영화 늦게까지 봤는데… 승 선생 멋지게 버티고 있구나! 이젠 빛이 나는구나!
나: 빛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지만, 악착같이 버틴 건 맞는 것 같아. 안나 카레니나는 뮤지컬도 좋았는데.
친구 1: 대학 이후 석사까지 어떻게 해냈을까 궁금했나 봐. 단숨에 다 읽어버렸어!
나: 힘들지만, 행복한 시기였던 것 같아.
친구 1: 그때 러시아어 공부하고, 졸업하고, 러시아까지 갔다 온 건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아.
나: 솔직히 안양대 러시아어과 출신이 문체부 산하 기관들과 일하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따내고 지원받고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야. 지금도 나는 노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단아 혹은 아웃사이더야.ㅋㅋㅋ
친구 1: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어로 쓴 일기를 지금 읽으려니까 해석이 안돼. ㅋㅋㅋ
나: 안 하면 금방 까먹어. 게다가 러시아어가 쉬운 언어도 아니고.
나: 가방 끈도 석사면 짧은 편이고, 아직도 외대 통번역대학원이나 고대, 연대, 서울대 출신들이 꽉 잡고 있어서. 나는 문체부, 외교부, 국방부 인맥으로 버티는 중…
(뜬금없이 점심 식사 사진을 투척하며~)
그러니까 대화에 고삐가 풀리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인 것 같다.
나: 식사 맛있게 하세요!
친구 1: 점심 맛있게 먹어~
후배 : 맛있겠네요. 스테이크 오렌지 쌈밥. ㅋ
나: 헐 ㅋㅋㅋ 오렌지 쌈밥. 기발하다 못해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야. ㅋ 그나저나 스테이크보다 배추쌈이 더 맛있었던 건 안 비밀.
후배: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동서양이 어우러질 맛일 듯.
나: 난 막걸리 보단 맥주!
후배: 오! 스테이크에 된장 발라서 오렌지 올린 다음에 배추쌈에 싸서 맥주 한 잔이라니 상상도 못 하겠어요 ㅋ
나: 헐. 글은 **가 써야 할 듯.ㅋㅋㅋ **는 상상력 대마왕!!! 이 사진을 보고 어떻게 이렇게 연결시키지? @@
후배: ㅎㅎㅎ
나: 난 지금 한 마리 토끼가 되어 남은 콜라비 먹어치우는 중 ㅋ 그나저나 콜라비에 심줄이 씹혀 ㅋ 고긴가?
후배: 헐, 육식 토끼였어 ㅋ
나: 아하!
때론, 흐르는 강물에 몸을 아니, 대화를 맡기면 엉뚱하고도, 기발하고, 참신한 대화가 나올 수도 있고, 별것 아닌 이런 대화에 한 번 씨익 웃으면서 양쪽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벗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고민을 둘러싼 문맥에서 살짝 벗어나면 해답이 보일 때가 있다.
결국 나는 눈 깜짝할 새에 번역작가에서 육식 토끼로 변신했고,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나도 친구들도 유쾌하게 웃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