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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Jan 31. 2021

착각하면 행복해진다.

때론 진실을 묻어두자!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나는 매일 아침에 남편과 함께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머리 감고, 딸 아침 챙겨놓고, 옷 입고, 화장하고, 내 점심 도시락까지 챙겨서 집에서 나가려면 새벽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렇다고 일찍 잘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지금 같은 패턴에서는 뭔가 현실성마저 결여된 것 같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대부분의 일을 전화나 이메일로 처리하다 보니 기상 시간도 자연히 7시 이후가 되고, 내가 정말 십수 년 동안 새벽 6시나 그 이전에 일어나던 사람이 맞나 싶은 의구심마저 든다. 


늘 잠이 모자라는 터라 나는 지하철을 그냥 조금 불편한 침실 정도로 생각하고 코를 골지만 않을 뿐 (잠이 들면 나는 알 수가 없으니 코를 고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상 숙면을 취한다. 심하게 피곤한 날에는 고개도 앞뒤로 끄덕이며, 더 심하게 피곤한 날엔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잠을 잔다. 


문제의 그날도 우리는 함께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는 숙면을 취했다. 고개를 앞뒤로 흔들었는지, 고개를 불편하게 기댔는지 분간은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어느 순간에 자기 어깨 쪽에 내가 머리를 기대게 해 줬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새삼 남편의 배려에 따뜻한 감동까지 느꼈다. 속으로 나는 ‘아, 내 남편은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런 남자랑 사는구나. 집에 가면 꼭 안아줘야지.’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에 각자 회사 방향으로 흩어진 후에 고맙다고 얘기도 할 겸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여보, 아깐 고마웠어요. 


남편: 뭐가? 


나: 내가 내 머리를 당신 어깨에 기대게 해 줬잖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요? 


남편: 당신이 어찌나 옆에 앉은 사람 어깨에 당신 머리를 찧어대든지 민망해서 혼났어. 그래서 그랬던 거야. 내가 당신 옆에 안 앉았으면 어쩔 뻔했어? 


나: 아, 그런 거였어요? 난 또 당신이 나 배려해서 피곤하니까 당신 어깨에 기대라고 한 줄 알고. ㅋㅋㅋ 내 옆에 있던 남자가 참 착한 거였네. ㅋㅋㅋ 


세상엔 때론 묻어둘 때 아름다운 진실이 존재하는 법이다. 게다가 쓸데없는 호기심이 감동을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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