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짓는 일로 버텨온 스물다섯 해
결혼하고 스물다섯 해,
나는 하루 세끼의 시간을 기준으로 살아왔다.
아침엔 남편 도시락,
낮엔 아이 밥,
밤엔 내일의 반찬 걱정.
하루의 대부분이 ‘밥 짓는 일’로 채워졌다.
남편은 셔틀버스 기사로 시작해
지금은 택배 기사로 일한다.
나는 그 사람의 와이셔츠를 다려주고 싶어 하던 새색시에서
택배 조끼와 운동화를 빨아주는 중년이 되었다.
한때는 양복 입고 구두 신는 남편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에 보내줄 테니 공부를 하라며
철없는 설득도 해봤다.
하지만 남편은 늘 일터로, 트럭으로 향했다.
나는 점점 깨달았다.
‘화이트칼라’가 위대한 게 아니라
매일의 밥과 노동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진짜 성실하다는 걸.
밥 짓는 일은 때로 감옥 같았고,
때로는 사랑의 언어였다.
“밥은 먹었어?”
그 말이 우리가 싸우다 화해할 때마다
가장 먼저 건네던 인사였다.
요즘은 도시락을 싸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는다.
어느 날 그 사진을 스레드에 올렸더니
조회수 18만, 수천 개의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 도시락에 마음을 얹어주었다.
“따뜻하다.”
“이런 게 진짜 사랑이다.”
그 밥이 누군가의 하루를 위로할 줄은 몰랐다.
그저 밥 냄새나는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다정한 이야기였던 거다.
결국 나는 밥 짓는 일로 버텨왔고,
그 밥으로 살아왔다.
오늘도 김기사 도시락에는
들기름 향이 묻은 미역국과
그의 하루를 견딜 힘 한 숟갈을 담았다.
밥은 여전히 나의 노동이고,
내 삶의 기록이며,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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