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늘 따뜻할 거야

밥이 아니라 사람을 기다리던 엄마의 날들

by 랑이네 글밥집

내일부터 대학교 2학년 딸이 인턴십을 시작한다.

출근이 아니라

‘인턴십’이라는 말이 아직은 조금 낯설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괜히 더 마음이 쓰였다.


자취하는 아이가 잠깐 짬을 내 집에 들렀다.

좋아하는 순두부찌개를 끓이고

계란말이도 해두었다.

특별한 메뉴는 아닌데도

자꾸만 손이 갔다.

첫 출근 전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늘 혼자 끼니를 때우는 게 마음에 걸려서.


아빠 김기사 도시락은 매일 싸면서도

딸 밥은 이렇게 매일 챙겨주지 못하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

그런데 아직 방에서 회의 중이라고 한다.


밥은 이미 다 됐고

나는 부엌에서 왔다 갔다 하며

냄비 불만 줄였다 키웠다 한다.

언제 끝나려나.

식기 전에,

따뜻할 때 같이 먹었으면 좋겠는데.


부엌에 서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친도 수많은 날들,

이렇게 자식 세 명에게 뜨신 밥 먹이시려고

부엌을 종종거리며 지키셨겠구나.


불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문 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땐 몰랐고

지금은 조금 안다.


그 시간이

밥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단 걸.


불을 끄고도

한참을 부엌에 서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을 생각하며.


그리고 속으로

이런 말을 한 번 건네본다.


잘 다녀와.

세상은 조금 차가워도

집에 돌아오면

밥은 늘 따뜻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