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종종거림, 그리고 똥손 엄마의 케이크 수난기
딸이 집에 온다는 소식에 마음부터 바빠졌다.
뭐가 먹고 싶냐고 물으니, 망설임 없이 부대찌개란다.
평소에도 집에 오면 꼭 찾는 메뉴라 예상은 했지만,
그 간절한 목소리에 퇴근길 시장바구니가 평소보다 유난히 무거워졌다.
고기와 채소, 햄과 소시지, 두부까지 한가득.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깨달았다.
자식이 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토록 설레는 마음.
한 그릇 깨끗이 비우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이유.
아, 이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딸과 남편의 시간에 맞춰 저녁상을 차리다 보니
마음이 앞서 손이 자꾸 커진다.
효림이를 위한 부대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사이,
김기사를 위해서는 경양식집 느낌의 돈가스를 준비했다.
고단한 하루 끝에 가장 익숙하고 다정한 온기를 건네고 싶어서다.
그리고 딸이 좋아하는 디저트도 만들려고 베이킹 도구까지 꺼냈다.
초콜릿케이크와 스콘.
결과는… 예상대로다.
세 시간을 종종거리며 완성했는데,
막상 보니 누가 먹다 남긴 케이크 같은 모양새.
웃음이 먼저 났다.
비주얼은 포기해도,
그 안에 담긴 엄마의 노동과 마음만큼은
가족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면서.
주방에서 내가 케이크와 씨름하는 동안
거실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김기사가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호두는 어김없이 문 앞에 자리를 잡는다.
아빠가 나올 때까지, 그 좁은 문틈만 바라보며.
상처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낸 김기사에게
누군가 닫힌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일은
아마도 처음 겪는 다정함일 것이다.
씻고 나온 김기사가 던지는 한마디.
똥개, 뭐 먹고 싶어요?
투박한 말 속에
고마움과 사랑이 꾹꾹 담겨 있다.
이렇게 가족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며 문득 죄송해진다.
가까이 살던 부모님께 나는 왜 늘 바쁘다는 말부터 했을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 기다림을 무심히 지나쳐 온 날들.
아버지는 떠나셨고,
어머니는 이제 요양원에 계신다.
지금 내가 효림을 기다리며 느끼는 이 설렘이
그 시절 부모님의 마음이었음을
뒤늦게서야 알아차린다.
케이크 모양은 엉망이었지만
식탁 위의 부대찌개와 돈가스, 어설픈 빵 조각들은
배보다 마음을 먼저 채운다.
효림이가 찌개를 비우는 모습에서
부모의 기쁨을 배우고,
화장실 앞 호두의 뒷모습에서
한 남자가 받는 위로를 배운다.
오늘 우리 집 식탁은
조금 투박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기다림의 온도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