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새벽의 멀미와 위령미사

어린 시절 씰룩이던 입꼬리와 오늘의 시린 손끝

by 랑이네 글밥집

추석이나 설날 당일 새벽이면 늘 잠이 부족했다.

연휴 전날 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보며 늦잠을 원했지만,

새벽 여섯 시에는 큰집으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켜야 했다.

늦어도 일곱 시쯤에는 마포에 있던 큰집에 도착해야 했고,

좀 더 자라 큰집이 교대 쪽으로 이사한 뒤에도 사정은 같았다.



차 안의 풍경

아버지 차가 없던 어린 시절에는 택시를 탔고,

이후에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갔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탓에 머리는 무거웠고 잠은 깨지 않았다.

나는 멀미를 자주 했으므로 차 안에서 늘 속이 울렁거렸다.


그럼에도 명절 새벽에는 묘한 기대가 있었다.

세뱃돈 봉투가 두둑해질수록 주체하지 못한 입꼬리가 씰룩였다.

셋째 큰아버지는 큰 제과회사에서 일하셨는데 늘 신상 과자 상자를 산타처럼 안고 오셨고,

큰엄마의 상 위에는 명절 음식들이 차려졌다.

어린 마음은 피곤과 멀미를 견디면서도 그 시간을 기다렸다.



잠들지 못한 밤

어젯밤 열한 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일곱 시 위령미사에 가야 해서 여섯 시에 알람을 맞췄다.

김기사는 어제 오후 세 시에 일어났으니 밤 열한 시는 그에게 초저녁이었다.

텔레비전 소리와 담배 피우러 나가는 발소리, 라면 봉투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리듬만 봐도 김기사는 나와 맞지 않았다.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없었다.

그는 내 인생의 로또다.


새벽이 다 되도록 깊게 잠들지 못했다.

네 시쯤에는 완전히 잠이 깼다.

머리가 무겁고 배도 살짝 아팠다.

여섯 시까지 누워 있다가 씻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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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 속의 발걸음

성당은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주차가 걱정되어 걸어가기로 했다.

공기는 차가웠고 장갑을 챙기지 않아 손이 시렸다.

요즘 달리기로 생겨난 발가락 물집에 통증이 느껴졌다.

편의점 불빛은 환했고 버스가 오고 갔다.

연휴임에도 일하는 이들이 있었다.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자리

결혼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으므로 나의 아버지와 시아버지는 살아서 만나지 못했다.

이제 두 분은 매년 추석과 설날 합동위령미사에서 나란히 이름을 같이한다.

생전에 엇갈린 인연이 제단 위에서 비로소 한 줄의 명단으로 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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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길을 걸어 성당으로 향하며 오래전 명절 새벽의 차 안을 떠올렸다.

멀미와 세뱃돈, 과자 상자, 그리고 씰룩이던 입꼬리.

몸은 나이를 먹었으나 새벽 공기 속에서 그때의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