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브라질에서 아이들은 그렇게 배려를 배운다
한국 엄마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아이들과 식당에 가면 눈치 보인다'고. 한국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갔을 때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거나, 아기가 끊임없이 울어대면 식당을 이용하는 다른 손님들이나 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게다가 요즘 한국에서는 아이를 동반한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보며 한국이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브라질에서는 고급 식당이든,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심지어 술집에서든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 아기를 낳고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오랜만에 남편과 좋은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하고 싶어 아기를 데리고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아기를 데리고 분위기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워낙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아이 보느라 대충 먹는 밥에 질려 있었다. 나가서 '콧바람'이라는 것을 쐬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간 레스토랑은 워낙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곳이어서, 아이를 데려왔다고 종업원이나 업주가 불쾌해할까 걱정이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쾌해하기는커녕, 그들은 테이블 옆에 유모차 놓는 일을 친절하게 도와줬고 전혀 눈치를 주지 않았다. 식당의 다른 손님들 또한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에도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마음 편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적도 있었다. 나와 남편은 술집을 겸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주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땐 친구네 가족과 함께 방문했는데, 그 가족에게는 아직 100일이 지나지 않은 아기가 있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한번 울음을 시작한 아기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친구는 아기를 어르고 달래면서도 주위 손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한국에서 눈치보던 습관이 있어 그러리라. 그러나 주변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쳐다보는 눈은 '걱정하는 눈'이었지 '눈총'이 아니었다. 게다가 레스토랑의 업주는 우리에게 다가와 "아기가 배앓이 때문에 우는 것 같은데 배앓이를 조금 진정시켜주는 차를 줄까?"라고 말하며 오히려 걱정해줬다.
심지어 브라질에서는 선술집에 아이를 데려가도 눈치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꼬칫집이 있는데, 그곳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실내 놀이 공간과 게임기를 갖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몇몇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부모가 식사할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놀이 시설을 둔 곳도 있다. 놀이 시설 안에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식당에서 고용한 시터들이 있다. 물론 시설을 이용하려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하지만, 식당 내에 이런 시설이 마련돼 있다는 게 어딘가?
주변의 배려 덕에 우리 부부는 아기와 함께 고급 프랑스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황혜리
브라질엔 노키즈존이 없다. 아이가 왔다고 눈치 주는 카페나 식당, 없다. 오히려 아이들을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본다. 이런 따뜻한 문화 속에서 아이를 둔 가족들은 편하게 외식을 하고, 가족 간 소중한 추억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배려하는 법을 배운다.
한국 부모들의 육아 스트레스가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문화가 부재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집에서 애만 보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그래서 아이와 밖으로 나가면 눈치 주는 곳이 많다. 감옥도 이런 감옥이 없다.
물론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도 방치하는 일부 '무개념' 부모들은 질타받아 마땅하나, 그렇지 않은 부모들에게라면 조금은 그들의 입장에서 배려해준다면 어떨까? 그 배려가 어렵다면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은 우리를 키우며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