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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Dec 06. 2020

미아방지 지문등록을 하다

어머니와 통화하면 어디 나가 아이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누차 당부하신다. 어릴 적 부모님은 부산 부전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셨는데, 손님이 온 사이 나나 여동생이 가게를 빠져나가 사라지는 바람에 복잡한 시장통에서 우릴 찾아다니셨노라고 종종 얘기하신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그 심정을 조금 이해한다.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는 걸 먼발치에서 방금 전까지 봤는데 갑자기 아이가 안 보이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달려가 확인하게 된다. 혹여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6살 딸아이에게 아빠 엄마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아는가 모르는가 말해 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아빠: 아빠 전화번호 알아?

딸: 몰라

아빠: 엄마 전화번호 알아?

딸: 몰라

아빠: 아빠 회사 알아?

딸: 적찝짜사. (그건 아네)

아빠: 집 주소 알아?

딸: 00동 00 아파트

아빠: 호수는?

딸: 몰라


뭐 이렇다. 억지로 주입한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고 이 정도 아는 것도 대견스럽게 생각해야지.


그래서 어제 딸아이랑 도서관에 대출받은 책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 파출소에 들러서 미아방지 지문등록을 했다. 미리 준비하고 간 것은 아니고, 운전하고 가는 데 파출소가 도서관 바로 아래에 있던 게 불현듯 떠올랐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 아이에게 "가서 지문등록하고 올까?"하고 의향을 물어보니 재밌을 것 같았는지 좋다고 해서 갔다.


나는 파출소에 가야만 지문등록 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파출소에 갔더니 오늘 컴퓨터가 고장이라며 <안전 Dream> 앱을 이용하라고 경찰관분이 설명해 줬다. 파출소 공기에 긴장했는지 아이는 아빠 옆에 찰싹 붙어 있고, 나는 앱을 깔고 열어서 순서대로 정보를 입력한 뒤 아이 지문 사진을 찍었다. 처음으로 아이 지문을 유심히 보았다. 어른처럼 선명해 보이지는 않았다. 작은 크기의 검지 손가락에 새겨진 조그만 지문을 찍어서 등록했다. 그렇게 마치고 나오니 안심이 되고 맘이 편했다.


나오면서 기념으로 파출소 앞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찍었다. 딸아이는 파출소 안에서는 그렇게 얌전하더니, 밖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니 온갖 익살스러운 표정에다 포즈를 다 취했다. 오후 외출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지문등록 사실을 알려줬다. 그리고 딸에게 지문 찍은 소감을 물어보았다.  


아빠: 그래 오늘 파출소에 가서 지문등록 해 보니 어땠어?

딸: 팥출소? 팥을 뿌리는 손가. 팥...팥.. 팥을 뿌린다~ 팥을 뿌린다~


알 수 없는 동문서답 노래만 되돌아왔다.





<사진: 올리브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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