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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Dec 31. 2020

사내 교육 시험감독을 하고 나서 드는 생각

얼마 전 나는 사내 교육 시험감독을 했다. 입사한 직원은 1년 안에 기초과정이라는 교육을 필히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원래 교육원에서 집체교육으로 실시되어 왔는데, 올해에는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이러닝 과정으로 전환되었다. 이번 과정은 전문직 과정이었고, 이틀은 재택교육으로 마지막 하루는 사무실에 나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인사교육 담당자로서 우리 기관 직원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시험시간이 시작되었고, 신입직원들은 각자 앞에 놓인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험에 돌입했다. 시험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3명 모두 30분도 안 되어 시험을 마쳤다. 이로서 모든 교육이 끝이 났고, 귀가하라고 안내해 주니 과정을 마쳤다는 홀가분함 탓인지 다들 얼굴이 밝아져 돌아갔다. 그렇게 직원들을 보내고 홀로 뒷정리를 하는데 아련하지만 내 신입시절 교육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직종에 관계없이 교육원에 입교해서 9박 10일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다들 어색해 했지만 같은 조에 편성되고 같이 식사하고 수업 듣고 토의하고 얘기하면서 함께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교육을 마치고 각자 기관으로 돌아가서도 동기로서 서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기초과정을 마친 직원들은 이렇게 함께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교육이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교육의 질도 균등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배 강사와 후배 교육생의 만남이라든지, 동기를 알고 함께 어울리는 계기 자체가 상실된 채 마무리된다는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해 보니 교육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자리 잡는 건 아닐까. 코로나가 빨리 잦아들고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교육받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할 일은 다 끝났는데, 술 마신 다음 날의 텁텁함처럼 이런저런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그런 날이었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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