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을 하면서 여러 상사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두 번 같이 근무한 직장상사도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J팀장님이셨다.
처음부터 함께한 건 아니었다. 나는 구호, 사회봉사, RCY 업무를 하는 지사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었고 J팀장님은 혈액원에 계셨다. 두 기관이 한 건물에 같이 있다 보니 직원 간에 왕래가 잦았다고 할까. 입사하고 몇 달 지나 J팀장님과 저녁자리를 함께 하였는데, 나에게 "언제 한 번 같이 근무하고 싶네요."라는 말씀을 하셨다.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나름 기분은 괜찮았다.
입사하고 5년쯤 되었을 때, J팀장님이 내가 근무하는 지사 회원홍보팀장으로 오셨다. J팀장님은 기대가 있으셨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사내 해외연수 대상자에 선발되어 떠나기 전 마지막 채비를 하던 차였다. 팀장님이 오신 지 1달도 안 되어서 나는 캐나다로 연수를 떠났다. 연수기간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또 몇 달 후에 타 부서로 발령나 떠났다.
3년쯤 지나 J팀장님이 내가 근무하던 구호복지팀 팀장으로 오셨다. 팀장님이 나를 따라오시는 건가. 당시는 일도 많았지만, 승진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은 계속 늘어만 가고 허덕이다 보니 내 안에서 스트레스가 차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J팀장님이 한참 일하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거셨다.
J팀장: 이대리, 자네 'Hang in there.'라는 영어 말 뜻 아는가?
나: 휴.....(한 템포 쉬고) 참고 견뎌라는 말이잖아요.
J팀장: 이미 알고 있구먼.. 조금 더 힘내시게.
당시 나는 국제적십자요원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서 아침마다 굿모닝팝스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Hang in there.'가 나와서 이 표현을 기억하고 있었다. 요즘 후배들은 모르겠지만 내 또래만 해도 이런 '참고 견뎌' 문화가 있어 웬만한 일이 있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참고 삭히고 넘어가고 그랬다. 그 시기도 그렇게 넘겼다.
단편적인 일화였지만 요즘 들어서 내가 이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얼마 전 회사에서 팀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언과 격려를 받던 위치에서 이제는 때때로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매 순간 참고 견뎌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힘든 시간을 참고 견뎌서 만들어진 결과가 오늘의 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영어를 물어봐 주셨던 J팀장님은 이미 퇴직을 하셨다. J팀장님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는 자리도 갖지 못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p. s.
올해는 작년보다 책도 많이 읽고 브런치에 글도 더 써야겠다고 계획했는데, 내 계획은 수정되었다. 책 대신 업무 관련 서류를 보고 검토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고 있다. 한동안은 그럴 것 같다.
Hang in there는 참고 견디다 / 버티다 / 힘내세요 라는 뜻입니다.
출처: 블로그 영어회화 영어발음 스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