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나는 충북적십자사 RCY(청소년적십자) 본부에서 청소년단체 업무를 맡고 있었다. 4월 12일 용인 에버랜드에서 중고생 RCY단원 및 지도교사 천여 명이 참가한 '청소년적십자 합동입단선서식'을 마쳤고, 한 주 후인 4월 19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초등학생 단원 대상 '어린이적십자 합동입단선서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행사 사흘 전인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모두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안도했는데 오보였다. 학생 다수가 참가한 수학여행 프로그램에서 사고가 나다니... 놀람과 충격이었다.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며칠 후에 있을 야외행사 걱정이 밀려왔다.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취소해야 할지 회사에서도 당장 결정 내리기 어려웠다.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천여 명 규모의 행사를 위해 장소, 차량, 보험, 보조인력, 홍보물 등이 몇 달 전부터 하나씩 준비되어 있었고, 취소 시 발생되는 위약금 부분도 결정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걱정이 많으면 잠이 안 온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밤새 뒤척였다. TV를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했다. 그렇게 밤을 보냈다. 아침부터 본사와 타 본부와 업체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상황이 조기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행사를 취소하였다. 참가신청 학교에도 시급하게 안내를 했다. 업체에서도 상황의 엄중함을 알기에 위약금 없이 취소를 받아 주었다.
사고 발생 이후 청소년단체 활동이 일체 멈췄다. 애도의 기간이었다. 학생 프로그램은 진행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안전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컸다. 야외활동에 대한 학교 승인도 나기 어려웠다. 누구도 언제 다시 활동이 재개될 지 알 수 없었다.
RCY활동은 멈췄지만, 그사이 현장체험활동과 관련한 안전교육 필요성이 국가적으로 대두되었다. 응급처치법과 수상안전법 그리고 심리사회적지지 사업을 보급하고 있던 대한적십자사가 교육부로부터 '현장체험학습 안전과정(수학여행 안전요원 교육)'을 일임받게 되었다. 그렇게 이 과정이 만들어졌다.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을 진행할 교원, 공무원(경찰, 소방 등), 여행 인솔자, 청소년지도사 등 모두가 적십자사에 와서 교육을 받았다.
2018학년부터 현장체험학습 사무가 교육부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되면서 대한적십자사가 일임하던 현장체험학습이 지역별로 달리 운영되게 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교육이 적십자사를 통해 실시되고 있다. 2019년에도 1만여 명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도 4천여 명이 이 교육을 수료했다. 올해도 이 교육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재난이 터지면 뭔가 상황축이 크게 뒤틀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대책을 찾고 다시 조금씩 제자리로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어느새 7년이 흘렀다. 제도는 보완되고, 안전의식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상실감은 여전히 깊은 상처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T. S. 엘리엇은 자신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어김없이 4월만 되면 과거 일도 떠오르고 마음이 무겁다. 언제쯤 그런 마음이 잔잔해질까.
그저 다가올 미래에는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4월 16일.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