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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y 12. 2021

그녀에겐 나의 왼 팔을 흔쾌히 맡길 수 있지

이윤지 간호사의 <혈액원 간호사를 간직하다>를 읽다

회사는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직종의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는 곳이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적십자에는 몇 개 직종이 있는지 궁금해 사업보고서를 찾아본 적이 있었다. 사무직, 의무직, 약무직, 간호직, 보건직, 운수직 등 자그마치 13개 직종으로 분류된 걸 보고는 ‘우와~ 이렇게나 많다니~'하며 속으로 다소 놀랐다.


그렇다면  많은 직종 중에서 직원수가 가장 많은 직종은 무엇일까? 여러분도   맞춰보시라. 정답은... 바로 간호직이다. 적십자 사업 가운데 혈액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인원수로는 간호직인 간호사가 가장 많다. 사람의 혈액을 채혈하는 일이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는 이상 혈액원 간호사는 적십자의 주축으로 존재할 것이다. (과연 로봇이 채혈하고 간호하는 세상이 정말 올지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인지 혈액원 간호사로 입사하고자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작년 한 해 내가 진행했던 채용업무 중에서 간호사 채용이 유독 많았던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원자들은 혈액원 간호사라는 직업세계에 대해 궁금해한다. 하지만 현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답답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현직 혈액원 간호사가 쓴 책이 한 권 나왔다. 이윤지 간호사가 쓴 <혈액원 간호사를 간직하다>가 그 책이다.



공교롭게도 저자와 이 책 모두 나하고 인연이 있다. 저자인 이윤지 간호사는 과거 대학 RCY 활동을 할 때 내가 지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졸업 후에 병원을 거쳐 혈액원에 입사하였는데 2년 전 나도 혈액원으로 발령이 나서 한 기관에서 같이 동료로서 근무하게 되었다.


회사에 관한 책을 내려면 회사에 출판활동 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 승인이 난 후에 원고를 작성하고 나면 외부로 나가도 괜찮은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작년에 그 일을 내가 담당했었다. 그래서 이 책의 기획 과정도 알고, 질감 좋은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 초고를 읽어보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현직 혈액원 간호사가 들려주는 직업 에세이인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간호사가 되고 혈액원에 근무하기까지의 과정, 혈액원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겪게 된 에피소드, 혈액에 대한 정보와 직업의 전망 등이다. 준비과정에서도 저자를 많이 응원했지만, 혈액원 간호사로서 경험한 내용을 끝까지 써 내려가 하나의 책으로 엮어낸 저자의 노력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요즘 나는 편한 자리에서 후배들과 만날 때면 적십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야기들이 세상에 글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 경험은 오로지 자기만의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경험담이 자기 삶을, 우리 일의 가치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 다양한 이야기 중 한 직종 이야기가 또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이 적십자의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과 헌혈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p.s. 이 책을 선물 받은 지 몇 달이 되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이제야 감사의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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