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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r 26. 2021

밑빠진 계좌에 돈붓기

재테크가 열풍이다. 미래는 불안하고 현금가치는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때 나도 미래를 생각해서 직장인의 필수라는 연금저축상품에 가입했던 적이 있었다. 직장상사의 지인이 사무실로 찾아왔고, 회의실에서 금융상품 설명을 들었다. 10년 동안 가입하면 4%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복리상품이라는 말에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돈은 매달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 중간에 해지하면 손실이 나고 10년 가까이 되어야 이익으로 전환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중간에 계좌가 마이너스여도 그려러니 했었다. 


그런데 6년을 꼬박 불입한 시점에 평소 연락도 없던 보험대리점(GA) 설계사가 전화를 해 왔다. 가입할 때 설계사는 아니었지만 내가 가입한 연금저축상품과 관련해 안내할 게 있어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일이지? 약속을 잡고 며칠 뒤 설계사를 만났다.


설계사는 저금리로 인해서 내가 가입한 연금저축을 10년 불입하더라도 수익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뭐시라?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이어서 설계사는 내 이익을 보전할 방법을 고민하여 대안을 가져왔다고 했다. 지금 시점에서 타 보험회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하여 10년을 유지하면 최초 제공키로 했던 4% 이익을 추후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 입에서는 "더 내라고요?"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같은 회사도 아니고 다른 회사의 상품이라니.

분명 10년이 지났을 때 4%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복리상품이라 10년이 지나서도 바로 안 찾고 최대한 미뤄 나중에 받을 생각이었는데....


믿음이 깨졌다. 한 번 신뢰에 금이 가니 걷잡을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다른 계약으로 스스로 족쇄를 찰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설계사는 하고 싶으면 해도 좋은데 지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손실일 거라며 환급금을 냉정하게 알려주고 떠났다. 참으로 열 받는 일이었다. 


그날 밤 나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인터넷 폭풍검색을 했다. 비슷한 사연들이 있긴 했다. 가만히 넘어가자니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을 글로 작성해서 보험사 감독기관 게시판에 올렸다. 받아들여지면 좋고, 안 받아들여지면 돈들여 인생 경험했다 생각해야지 하면서..


그런데 며칠 뒤 연금저축 보험사 본부장이 연락을 해 왔다. 당시 시점이 연초였는데 회사로서는 첫 번째 민원이라면서 게시글을 내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 드리면 될까요라고 했다. 마음으로는 나같은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그냥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두어 차례 연락을 더 해 와서 내가 불입한 금액의 원금만 받기로 하고 이 일을 끝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 일을 거치면서 느끼고 배운 바가 많았다. 


첫째, 번지르르한 말만 믿고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금융상품에 함부로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둘째, 6년이 지나도 본전을 못 건질 수 있다는 사실


요즘같이 주식 광풍의 시기에 연 4% 이자가 낮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꽤나 의미있는 이자였었다. 내가 해지할 시점의 시중금리가 현재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아마도 나와 같은 상황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의 계좌는 부디 안녕하길 바란다.



P. S. 처음에는 밑빠진 계좌에 돈붓기였고 나중에 본전으로 끝났다. 그런데 엄밀히 생각해보니 손실은 아니었다. 연말정산을 계속 받았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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