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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Jun 30. 2021

아빠가 들려주는 이상한 명작동화

아이에게 신데렐라 이야기를 각색해 들려주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습관이 들어서 아이도 이제 그냥 자는 법이 없다. 침대에 누우면 “아빠 엄마 책 읽어줘야죠~~."라며 오늘 밤 듣고 싶은 책을 골라서 알려준다. 이야기를 듣다가 잠이 오기 시작하면 "잠들어도 많이 많이 책 읽어줘야 돼요"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아이가 잠들었다는 낌새를 느껴도 책 한 권 더 읽어주고 조명등 불을 조용히 끄곤 한다


6년 동안 밤마다 여러 책들을 읽어줬다. 그런데 그중에는 요즘 시대에 이런 내용을 읽어주는 게 맞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도 있었다. 명작동화인데도 말이다. 가령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읽다 보면 잠든 공주가 왕자님의 키스로 긴 잠에서 깨어나는데, '분명 아빠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뽀뽀하려고 하면 절대 안 돼라고 알려줬는데 책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 싶고, <신데렐라>를 읽다 보면 신데렐라가 밤 12시에 귀가하는데 '밤 12시까지 춤추다가 집에 와도 된다는 거야 뭐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동화에서도 이런 부분들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이다 보니 그대로 읽어주곤 했다.


며칠 전 밤에도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상황이 있었다. 아이 엄마가 아이를 씻기고 옷을 새로 입힌 뒤 나에게 “아이 책 좀 읽어줘”라고 임무를 부여했다. 무슨 책을 읽어주지 하다가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책 이야기를 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놔둔 공책과 볼펜이 침대 위에 있길래 그걸 끌어다가 앞에 놓고 아이 보고 옆에 오라고 한 뒤 그 자리에서 입으로 말하고 글로 쓰면서 이야기를 각색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빠가 신데렐라 얘기를 해 줄게."

"좋아요."


성은 신이요, 이름은 데렐라.

신데렐라는 아빠가 없고 계모와 언니들과 살았어. 신데렐라는 조그만 방에 살며, 집안일을 다했어. 하지만 계모는 자기 자녀들만 주말에 H백화점에 데려가 옷도 사 주고 양말도 사 주고 구슬아이스크림도 사 줬지만, 신데렐라에게는 낡은 언니들 옷을 물려 입혔어. 그래서 옷이 지저분하고 크기도 맞지 않았지.

그래도 신데렐라는 마음씨가 착해서 모든 걸 참았어. 어느 날 신데렐라에게 마법사 할머니가 나타났어. 할머니는 궁중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언니들만 가고 신데렐라가 못 간 것을 안타까워했어. 마법으로 호박은 마차로, 도마뱀은 마부로, 쥐는 말로 변신시켰어. 그리고 신데렐라에게 이쁜 드레스를 줬어.

신데렐라는 할머니 덕분에 궁전으로 가게 되었어. 궁전에서 왕자님이 오늘 같이 춤출 아가씨를 찾다가 아리따운 신데렐라를 발견했어.

"저와 함께 춤추시지 않으시겠어요?"

"물론이죠. 왕자님."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지나갔어. 어느새 12시 5분 전이었지. 땡. 땡. 땡.

신데렐라는 돌아가야 했어. 급하게 돌아가는데 왕자가 따라왔고 신데렐라는 구두가 벗겨졌지만 그냥 달려갔어.

왕자님은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었어. 왕자님은 다음날 당장 나라안에 여성 중에 이 신발과 딱 발이 맞는 여인을 찾기로 했어.

1주일간 찾아다녔지만 신발의 주인을 찾지 못했어. 그다음 날 왕자님 일행은 신데렐라 집을 찾아왔지.

"이 집에 있는 여인들은 모두 모이시오."

언니 둘이 먼저 달려왔어.

"이 신발은 저의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신어 보았지만, 모두 거짓말이었어.

돌아가려고 하는데 창고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신데렐라를 발견했지.

"당신도 신발을 신어 보시오."

신데렐라가 신발을 신기 위해 자기 신발을 벗었을 때 엄청난 발꼬랑내가 났지.

"윽... 발 냄새."

왕자님은 발 냄새가 지독해 왕궁으로 급히 되돌아갔어.

신데렐라는 "흑흑흑... 이 신발은 내 건데... 발 냄새 때문에 기회를 놓쳤어"라며 앞으로 매일매일 발을 잘 닦기로 하고 계속 닦았는데 왕자님이 다시 마스크를 쓰고 찾아왔어.

"왕궁에 신발을 안 신은 여자는 당신 하나뿐이오."

이번엔 신데렐라는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발을 내밀어 유리구두를 신었어.

구두가 딱 맞았어.

"오.. 당신이었군요."

왕자는 드디어 운명의 여자를 만났어.

그리고 왕자는 신데렐라를 데리고 H백화점에 가서 구두도 사 주고 드레스도 사 주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고 데이트를 한 뒤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결혼을 하게 되었지.

결혼식 사진이랑 준비는 스타일 818 스타일리스트를 불러서 모든 걸 하였지.

그리고 두 사람은 00 아파트 0단지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자신의 예상을 깨고 엉뚱하게 흘러가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고 깔깔깔 숨넘어가듯 웃어 댔다. 아이 엄마도 옆에서 그 얘기를 들으며 같이 웃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위생의 중요성, 마스크 쓰는 코로나 현실, 백화점이라는 소비문화를 담은 것이라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곁들여 줬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잘하는 것인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게 새로울수록 흥미로운 거 아닌가. 일상 속 장소나 소재들이 등장하면 더 현실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실컷 웃다 보니 아이 잠자는 시간이 늦어져 버렸다. 그래도 몇 번 더 신나게 웃는 즐거운 밤이었다.  


아이에게 다음 주말에는 백설공주로 이야기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떤 이야기로 전개해 볼까?

이 참에 독사과를 먹어도 먹어도 죽지 않는 금강불괴 무협 스토리를 한 번 섞어볼까....

장난기만 자꾸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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