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데로샤 May 25. 2021

엄마는 메두사?

한가로운 일요일, 우리 세 가족 점심을 먹고 가까운 스타벅스에 갔다. 코로나 시국에도 스타벅스는 어찌나 성황인지 빈자리가 안 보인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커피랑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각자 주문한 것을 앞에 놓고 먹던 와중에 딸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가 고민이 있어. 주중에 글을 두 개 간신히 썼는데 이제 쓸거리가 더 없네. 뭘 쓰면 좋을까?"

아빠의 얘기를 듣고 잠시 생각하던 7살 딸아이는 “아빠 아빠... 우리 엄마는 메두사로 하는 건 어때?"라고 말했다. 옆에서 아포가토를 떠먹던 아내가 고개를 들어 딸에게 강력한 레이저빔을 쐈다.


확 끌리는 제목이긴 하다.

아이의 답변이 재밌어서 계속 질문을 했다.

"그런데 엄마가 언제 메두사로 변하는데?"

"음....... 내가 옷 정리를 안 했을 때, 방 정리를 안 했을 때, 일찍 안 잘 때 그렇지."

"그때마다 메두사로 변해? 그럼 다 너 때문이네."라고 했더니

"아니지. 아빠 때문이지." 카운터 펀치가 날아왔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엄마는 하하하하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그렇지. 그렇지. 아빠가 집에 있었으면 안 그랬지? 그치~~~~~."

엄마의 화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 홀로 아이를 돌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쌓였다는 것이다.


엄마와 딸.

이럴 때 보면 두 사람 쿵작이 잘 맞는다.

어휴... 이제 말로는 딸아이를 이기지 못할 것 같다.  

그래 그래... 엄마가 메두사가 된 이유는 기승전........ 아빠 때문인 걸로 하자............... 끝.



<사진 출처: 픽사베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