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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Mar 14. 2021

마이쭈가 네 미래를 결정할 순 없을거야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3~5살 된 아이에게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하나 더 주겠다고 제안하여 아이가 참는지 못 참는지 관찰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을 통해 아이의 자제력과 성공과의 관계를 연구했는데,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들이 여러 면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게 결론이다.


2년 전 유치원에 입학한 딸아이는 마시멜로 실험에 참여하였다. 유치원 인근에 있는 대학교 발달연구실에서 진행한 실험이었다. 퇴근하고 실험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들었을 때 나는 웃음부터 났다. 실험소재가 '마시멜로'가 아니라 '마이쭈'라고 했기 때문이다.

 

외국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시멜로나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이쭈가 모두 '마'자로 시작한다는 우연의 일치(?)가 이 순간 머리속에 먼저 떠오르다니. 그런 걸 보면 나도 참 엉뚱한 생각을 잘 연결하는 편이다. 잠깐 웃고 나니 딸아이의 결과가 궁금해졌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이한테 직접 얘기하란다. 


아빠: 유치원에서 마이쭈 먹는 실험했다며. 바로 먹었어 아니면 기다렸다가 먹었어?

딸: 바로 먹었어.


사실 참았다는 대답을 약간 기대하긴 했지만 결과는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마이쭈는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평소에도 슈퍼에 가면 제일 먼저 집어드는 캔디였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에 충실했고 솔직했다.


그런데 마이쭈 한 개를 참지 않고 먹었다고 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물론 참을 줄 안다는 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마이쭈 하나로 아이의 미래를 점치는 것도 의미없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2년이 흐른 지금, 딸아이는 유치원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다. 사교육을 받지는 않지만 스스로 책도 읽고 그림도 때때로 그리고 수에 대한 개념도 알아가는 중이다. TV나 유튜브는 하루에 한편 딱 30분 이내로만 보고 있다.(물론 엄마가 없으면 아빠에게 와서 더 보여달라고 한다) 식사 때 배가 부르다 싶으면 언제나 숫가락을 바로 내려놓는다. 오히려 배가 차고도 맛있다고 계속 먹다가 밤에 소화가 안 되는 건 아빠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여전히 마이쭈를 좋아하다는 것. 지난 일요일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나갔다. 한참 놀고 집으러 들어가는데 아이가 뭐 하나 사주면 안 되느냐고 아빠를 동네 슈퍼로 이끌었다. 아이가 집어든 것은 다름아닌 750원 짜리 마이쭈 한 줄이었다. 


그래.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어라.

그렇다고 마이쭈가 네 미래를 결정할 순 없을 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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