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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Jan 05. 2022

수박떡과 바나나떡

타 기관으로 발령 난 팀장님을 위해 떡을 맞춰 보낸 직원들의 마음

임인년 새 해가 밝았다. 혈액원에도 인적 변화가 있었다. 함께 근무하던 팀장님 중 세 분이 떠나고 후임으로 새로운 팀장님 세 분이 오셨다. 한 분은 지역 내에서 기관을 옮기셨지만, 나머지 두 분은 서울과 경남 등 멀리 타지에서 오셨다. 회사 내에는 '적십자가 명색이 이산가족을 상봉시켜 주는 기관인데, 일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이산가족으로 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전국에서 활동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새해 첫 근무일 오전에 지사에서 빵나눔 봉사와 시무식을 한다고 하여 인사차 다녀오고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에야 사무실에 돌아왔다. 간단하게 양치하고 자리에 앉아 그룹웨어에 올라온 문서를 하나씩 결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직원들의 목소리톤이 높아지면서 즐겁게 얘기하는 소리가 내 방까지 흘러 들어왔다.


"떡 드세요." 소리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나가봤더니 테이블 접시 위에 빨간 수박떡과 노란 바나나떡이 듬뿍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요즘은 떡도 참 보기 좋게 만드는구나. 이렇게 과일 모양으로 만든 떡은 처음 봤다. 웬 떡인지 영문을 물어보니 경남에서 오신 L팀장님을 잘 부탁한다고 이전 기관 부서 직원들이 떡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고 좋았다.


나도 작년 이맘때 이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현 기관으로 부임했을 때 멀리 청주에서 봉사원 세 분이 예고 없이 광주로 내려오셨다. 어리버리 신임 팀장 응원도 하고 회사 직원들에게 잘 봐 달라고 찹쌀떡을 많이 해 오셔서 원내에 있는 직원들에게 다 돌렸었다. 낯선 지역에 홀로 떨어진 나에게 응원군으로 등장해 주셔서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 덕분에 시작을 무난하게 잘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일로 만난 관계다. 때로는 그 관계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기도 한다. 새로 오신 L팀장님이 그동안 잘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어쩌면 관계도 어떻게 마음먹고 하느냐에 따라 변화하고 돈독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이심전심'은 'GIVE AND TAKE'의 'GIVE'에서 먼저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진출처: 구글 (떡을 다 먹어서 사진 못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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