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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Feb 21. 2022

나의 소소한 적십자 배지 컬렉션

컬렉션에 꽂힌 사람들이 있다. 고가의 미술품, 새로 나온 우표나 주화, 책이나 음반, 골동품 등 종류는 각기 달라도 희귀한 물품을 수집하는 데 진심인 사람들이다. 자기 취향이 분명하고 열정이 있어야 컬렉션은 가능하다. 자본까지 충분하다면 컬렉션은 한층 화려해진다. 우리는 그런 수집가들의 컬렉션을 전시회에서나 언론을 통해 종종 본다. 물론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수집가 혼자서만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컬렉션은 이건희컬렉션이 아닐까 (예약이 다 매진이라 아쉽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사를 검색하다가 올림픽 배지 컬렉션에 죽고 사는 수집광들 이야기를 보았다. 핀 트레이더(Pin Trader)들이다. 핀 트레이딩(Pin trading)은 올림픽 기념 배지를 교환하는 문화다. 장외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올림픽이 열리면 전 세계 올림픽 배지 수집가들이 새롭게 생산된 핀을 모으기 위해 모여든다. 사진으로 봤지만 배지가 어마무시하게 많다.


올림픽 배지는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심판과 선수, 관계자를 구분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올림픽이 이어지면서 얼마나 많은 배지가 생산되었을지 짐작이 안 간다. 올림픽 배지가 한정판이다 보니 가치가 높을 것이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배지도 모으고 타국 문화도 경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핀 트레이더들이 멋지게 느껴진다.


이렇듯 수집 활동은 묘한 매력이 있다. 어쩌면 소유하고 모으려는 욕망은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내재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나도 아주 소소한 수집활동을 하고 있다. 적십자 배지 수집이다. 올림픽과 규모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배지 구경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 적십자다. 올림픽이 1896년에 시작되었다면, 적십자는 1863년에 시작되었다. 또한 190여 국가에서 적십자가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제작된 배지가 다양하고 상당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에서 만든 배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직원, 봉사원, 강사 등 소속을 나타내는 배지,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배지, RCY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제공하는 배지, 총 봉사시간을 보여주는 배지, 헌혈행사 배지 등 종류가 다양했다. 새로운 배지가 나오면 하나씩 얻어서 모았다. 해외출장을 갈 일이 있으면 그 나라에서 만든 배지를 사거나 교환했다. 언젠가 나만의 배지 컬렉션을 만들어봐야지 하면서.

 

좌측부터: 스승의 날 기념, 외국적십자, RCY활동, 헌혈배지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은 거의 수집을 하지 못했다.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핀 트레이딩 기사를 보고 오랜만에 나만의 배지 수집함을 거실로 들고 나왔다. 바닥에 하나씩 펼쳐 보았다. 옆에서 아빠의 행동을 지켜보던 딸아이는 처음 보는 배지가 너무 이쁘다며 자기 주면 안 되냐고 졸라댔다. 여러 개 있는 배지는 하나씩 줬지만 하나밖에 없는 것은 주지 못 했다. 흩어져 있으면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모아 놓으면 제법 근사해 보인다. 돈이 되진 않더라도, 양이 많진 않더라도 꾸준히 수집하면 나만의 소소한 컬렉션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멈췄던 배지 수집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화려하진 않지만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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