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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Apr 03. 2022

책쓰기 코칭을 받다

겨울 내내 혼자서 많이 고민했다. 브런치에 써 놓은 직장(적십자)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그나마 내용을 갖춘 책으로 남겨 놓을 수 있을까가 화두였다. 시중에 나온 책쓰기 안내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도 몇 번씩 돌려 봤다. 업세이 책(독서교사, 경찰관, 소방관, 공무원, 도배사, 항해사, 사서, 공중보건의, 건설일꾼 등)도 사거나 빌려서 훑어봤다. 하나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더라.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그럼 내 글은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물음은 그저 읽는다고 풀리지 않았다. 이래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나보다. 오랜 고민 끝에 전문가를 찾기로 했다.


돈을 쓰더라도 전문가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유료는 유료인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 받을지 결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기 브런치에도 뛰어난 분들이 많으니깐. 그중에 내가 코칭받고 싶은 분이 계셨다. 성북동소행성 쌔비 윤혜자 작가님. 내가 매일 아침 읽고 있는 명로진 작가의 책<논어는 처음이지?> 기획자이시고,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을 운영하고 계시고, 그 교실에서 작년에 브런치 대상 수상자(최오도 작가님의 <우린 조금 슬프고 귀여운 존재>)도 배출되었으니깐. 그렇게 카카오톡으로 작가님께 문의하고, 방문일정을 잡았다.


일을 시작할 때 느낌이란 게 있다. 사자마자 올라가는 주식종목처럼 이번 경우도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방문 장소인 성북동소행성이 한성대역 부근인 것도 친숙하게 작용했다. 한성대역은 서울에서 근무할 때 4년 반을 살았던 동네다. 번잡하지 않고, 고개 들면 성곽이 보이고, 멀리 북한산도 보이는 운치 있는 동네. 이 동네를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지난주 토요일 1시 미팅을 잡았는데 비가 올지 몰라서 차편을 앞당겨 왔더니 1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한성대역 롯데리아에 들어갔다. 2층 통유리창 앞에 자리 잡고 창밖을 보면서 핫크리스피버거를 먹는데 불현듯 이 동네에서 꽤 긴 기간을 보냈지만 저 사거리 너머를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깜깜한 밤에야 귀가하느라 이 동네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었다. 내가 갈 곳이 저 길 너머에 있다. 가 보지 않았던 저 도로를 건너가야 하는 상황과 글쓰기에서 경계를 넘고 싶은 내 마음이 묘하게 닮아 있구나 싶었다.


길눈이 좋아 성북동소행성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옥 집 앞에서 심호흡 한 번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남자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혜자 작가님을 뵙고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이시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쓰신 편성준 작가님도 함께 계셨다. 코칭은 두 분이 함께 해 주셨다. 내가 보내드린 원고에 대한 평, 독자와 컨셉, 책쓰기를 위해 갖춰야 할 체크리스트 등 여러 지도를 받았다. 1시간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내가 질문을 계속하고 두 분께서 세심하게 답변해 주시다 보니 30분 더 지난 3시에야 끝이 났다. 아침에 집을 떠날 때 와이프가 “오늘 상담받고 상처받아서 청주 못 내려오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이래저래 개선할 것 투성이지만 막혔던 부분에 대한 조언을 얻어서 외려 속이 시원했다. 상담이 끝나갈 무렵 이 집 셀럽인 고양이 순자가 내 곁에 와서 앉으며 '나를 쓰다듬고 가라'라고 무언의 신호를 줘서 폭신한 등허리 몇 번 쓰담쓰담했다.


하나의 고민이 풀렸다. 다음으로 숙제가 몇 개로 늘었다. 그것들은 이제부터 내가 시간을 가지고 해야 할 몫이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간 책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에 두 분 저자의 사인을 받았다. 가방을 챙기는데 딸아이 가져다 주라며 윤 작가님이 츄파춥스를 챙겨 주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서둘러 나오다 보니 마당에 나온 순자에게 작별인사도 못 하고, 아름다운 집 풍경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또 기회가 있겠지. 골목에서 큰 도로로 나와 한성대역으로 내려오다가 서울 3대 빵집이라는 나폴레옹제과에 들어갔다. 인기상품이란 빵만 담았는데도 빵을 많이 샀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 빈손이 아니라서, 두둑해서 다행스러운 하루였다. 




<사진 출처: www.mastercla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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