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를 받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오후 늦게 아이 피아노 선생님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요한 일상에 파문이 일었다. 아이가 선생님과 접촉한 건 8일 전이었다. 서로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했다. 그동안 아무 증상도 없었고 기준 상 밀접접촉자도 아니라서 별일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께름칙했다. 같이 명절을 보낸 나도 혹시 모를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검사를 받기로 했다.

다음 날이 근무일이라 차를 몰고 광주 숙소에 내려와 꼼짝 앉고 밤을 보냈다. 아침 일찍 원장님께 보고하고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가까운 남구보건소를 찾았다. 보건소 업무가 9시부터 시작하지만 명절 이후 사람들로 북적댈 게 뻔해서 30분 일찍 갔다. 그럼에도 이미 20여 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내 뒤로도 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사람들을 봤다. 일가족이 많았다. 명절을 함께 보냈으니 운명공동체일 확률이 높다. 길 가던 차가 선별 진료소 정문 앞에 잠시 멈추면 일행이 우르르 내리는 모습을 많이 봤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온 꼬맹이들도 보였다. 다리에 깁스를 해 불편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발가락은 얼마나 시릴까. 일찍 왔기에 망정이지 코로나 피하려다 독감에 걸리는 건 아닌지.

9시가 되니 검사가 시작되었다. 신속항원검사는 스스로 하고 판독받는 검사였다. 방역복을 입은 선생님이 사용법을 알려줬다. 키트를 받아 검사 칸 뒤에 다시 줄을 서고 내 순서에 칸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들어간 칸에서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자가검사하면서 겁이 나 콧 속에 면봉을 깊게 넣지 못해서 '음성' 결과가 많이 나온다던 아내 말이 떠올랐다. 푹 깊게 넣어서 왼쪽 오른쪽 5번씩 돌렸다. 눈물이 찔끔 나려 했다.

면봉을 시약에 10번 정도 넣었다 뺐다 하고 검사용 디바이스에 3방울 떨궜다. 15분 후면 결과가 나온다. 기다리면서도 걱정스럽지는 않았다. 그저 디바이스에 선 표시되는 게 신기해 바라봤다. 결과는 예상대로 '음성'이었다. 그렇게 나는 음성 확인서 한 장을 받고 새해 첫 출근했다. 이번 명절을 지나면서 코로나가 내 주변 아주 가까이까지 성큼 다가왔다는 걸 느낀다. 오늘자 광주지역 확진자는 829명이다. 역대 최고치다. 언제쯤 이 추세가 꺾일지 알 수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더더더더 조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