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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Apr 19. 2022

헌혈 참여를 요청하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었다

원 플러스 원(1+1)과 긴급재난문자

'원 플러스 원(1+1)'은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뜻이다. 마트나 편의점 진열대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건 묶음으로 사는 게 낱개로 사는 것보다 싸다. 알고는 있지만 나는 원 플러스 원 상품을 그다지 선호하진 않는다. 원 플러스 원은 묘하게 내 마음을 부추기지만, 욕심내서 샀다가 후회한 경험이 있다 보니 가급적 필요한 만큼만 사서 쓰려한다. 그래도 간혹 커피음료를 사서 와이프와 나누거나 술동지 들에게 숙취해소제를 돌릴 때 원 플러스 원을 구매하곤 한다.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원 플러스 원이라는 용어는 사실 내가 근무하는 적십자 혈액원에서도 자주 쓰는 말이다. 헌혈을 하면 기존 기념품에 추가로 기념품을 하나 더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의미한다. 혈액원에 근무하기 전에는 '왜 이렇게 원 플러스 원 이벤트를 자주 하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안 그래도 헌혈자들이 알아서 잘 참여해 주지 않나 하면서. 그런데 막상 혈액원에 와서 근무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수급은 안 좋을 때가 많고, 원 플러스 원 이벤트는 단기 헌혈량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이벤트가 때로는 즉효약이다.


하지만 원 플러스 원 프로모션마저도 약발이 잘 받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걸 보면서 혈액수급의 세계도 참으로 오묘하다고 느낀다.

 

올해도 연초부터 혈액 상황이 계속 좋지 않다. 원인은 여전히 '코로나' 탓이다. 코로나에 확진되면 완치 후 4주 간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감염속도가 빠른 오미크론이 전국으로 확산돼 지난 3월부터 1달여간 1천만 명의 국민들이 코로나에 걸렸다. 헌혈은 만 16세부터 69세까지 가능하다. 대략 헌혈가능인구의 30%가량이 헌혈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내가 있는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헌혈이 안 되니 원 플러스 원 이벤트에 다시 돌입하게 되었지만 상황을 회복시킬 정도의 효과는 아니었다. 너도나도 거리를 두고 조심하기 때문이다. 헌혈이 안 돼도 응급수술은 생기고 아픈 환자는 발생한다. 의료기관에서는 혈액을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들어오는 혈액이 적다 보니 혈액원은 만일에 대비해서 제한적으로만 출고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혈액원은 자체적인 방법을 모두 강구한다. 자치단체를 방문해서 혈액 상황을 알리고 행정적인 협조를 구한다. 직원과 봉사원들은 거리로 나가 캠페인을 실시한다. 방송사에도 혈액부족 홍보를 요청한다. 헌혈 주기가 돌아온 직원은 헌혈에 참여한다. 나도 전혈 한 지 8주가 지나서 헌혈을 했다. 주변 지인들에게도 헌혈을 요청한다. 얼마 전 여동생이 광주로 출장을 왔는데 오빠의 얘기에 광주송정역센터에서 헌혈하고 기차타고 올라간다며, '45회 차 100번 채우기로 다시 결심'이라는 기분 좋은 카톡을 보내왔다.


가뭄에 단비처럼 오로지 혈액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 다행히도 지난 14일 보건복지부에서 광주지역에만 한정하여 헌혈 참여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였다. 적시에 날아든 재난문자의 효과는 컸다. 문자 발송일 하루 헌혈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라고 했다. 문자 한 통을 받고 헌혈자들이 시간을 내어 헌혈차량이나 헌혈센터를 방문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서 돕는 사람들이 히어로라면, 이들이 나눔 히어로다.


주말까지 헌혈 흐름이 이어져 혈액보유량은 주의 단계인 3일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긴급재난문자의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안정을 찾다가도 또다시 우리는  플러스  이벤트를 고민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것이고, 재난문자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시기가 가까우냐, 멀리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일이 없으려면 헌혈자  명이  다른  명과 함께 헌혈에 참여하는  플러스 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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