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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Nov 13. 2022

상담원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난 목요일, 업무 인계를 마치고 광주에서 청주로 운전하며 올라가던 중이었다. 저녁 7시 39분. 모르는 유선번호로 전화가 왔다. 지역번호를 보니 서울이다. 받을까, 말까. 받았는데 여론조사 기계음이 나오는 건 아닐까. 그래도 모르니 전화를 받았다.


40~50대로 짐작되는 여성 상담원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6월에 사내 교육원에서 받았던 교육이 정부지원 교육이라 설문 차 전화하였다고 했다. "늦은 시각에 전화하셨네요."라고 말하니, 상담원은 "고객분들이 낮에는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요. 오늘은 야근 좀 하려고요."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상담원은 내 직장과 받은 교육을 알고 있다. 이럴 때는 더 조심스럽다. 자칫 건성으로, 혹여 무례한 태도로 비춰졌다간 상대에게 나뿐만 아니라 기관 이미지를 나쁘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원의 질문에 맞춰 하나씩 성실히 답변을 해 갔다. 


10여 분 간의 질문이 모두 끝나고 이제 마무리할 때쯤이었다. 상담원은 "재직기간이 얼마나 되십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19년 4월이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상담원이 "와.. 성공하셨네요."라고 말을 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주저하다 "아닙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상담원이 "근무형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라며 여러 항목을 불러주며 물었다. 그래서 "1번 정규직이요."라고 답했더니 상담원이 "진짜 부럽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녀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한 번 더 그 말을 반복하며 통화를 끊었다.


내가 부러움의 대상이라니. 나는 청주IC로 진입하는 회전로를 돌고 있었다. 설문도 모두 끝났고, 3시간의 장거리 운전도 거의 마쳐 가는데 알지 못하는 상담원과의 대화에서 삶의 고단함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서 내 마음은 무거워지고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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