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지~~~~~~"
자고 일어난 아이가 두 손 검지를 관자놀이에 대고 입으로 지지 소리를 내며 텔레파시를 보여주겠다고 한다.
내가 방에 들어가자, "아빠 방에 들어갈 줄 알았어. 이따가 또 나오겠지"
소파에 앉아 양말을 신으려고 하니, "아빠 양말 신을 줄 알았어. 곧 출근을 하겠지"
내가 휴대폰을 보자, "아빠 휴대폰 볼 줄 알았어. 댓글에 답을 달고 있겠지."
내 행동을 보면서 재잘재잘 말하고, 깔깔깔깔 신나게 웃는다.
아내가 옆에서 "그럼 니 운명은 모르겠어?"라고 물으니, "난 커서 큰 인물이 될 거야."라고 답하는 아이.
"아니야. 넌 들어가서 어서 치카나 해"라고 아내가 말하니,
아이는 다시 "내 그럴 줄 알았어. 엄마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라며 신이 나서 말한다.
출근하려고 내가 마스크를 쓰니, "아빠가 마스크를 쓸 줄 알았어."
엄마가 핸드크림을 바르라고 하니, "엄마가 바르라고 할 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안방에서 거실로 향하는 나에게 딸이 "아빠 방으로 갈 줄 알았어."라고 먼저 선수를 치길래,
"아닌데. 아빠 출근하러 나가는 건데."하고 나가는 척을 했더니
"아냐 아냐. 아빠 등에 가방이 없잖아." 하며 장난을 꿰뚫어 본다.
진짜로 출근하려고 "아빠 간다."라고 말하니, "아빠 간다고 말할 줄 알았어."
아내가 옆에서 "잘 다녀와"라고 말하니, "엄마가 잘 다녀와라고 말할 줄 알았어."라고 말한다.
그리곤 현관에 서서 현관문이 스르륵 잠길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어주며 저녁에 만나자는 아이.
세상만사 모든 것을 내다보는 아이. 우리 집엔 텔레파시 소녀가 산다.